“정인이 등원 마지막날, 모든 걸 포기한 모습” 오열 증언

입력 2021-02-17 15:39
사진 속 환하게 웃는 정인이. 연합뉴스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학대사망과 관련한 재판에서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의 원장이 증언을 하던 중 오열했다.

17일 오전 열린 정인이 입양모 장모씨의 살인 및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입양부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에는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아침마다 어린이집에서 원생의 신체를 점검했다는 A씨는 정인이 몸에서 멍과 상처가 빈번히 발견돼 결국 지난해 5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A씨는 신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담임이 불러서 갔더니 다리에 멍이 들어 왔다. 배에는 상처가 나서 왔고, 항상 얼굴이나 윗부분 상처가 생겼다가 아래 부분 멍이 들어 많이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검사로부터 ‘정인이와 비슷한 연령의 아이들이 허벅지에 멍이 들고, 배에 상처가 생길 가능성이 있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은 A씨는 “없다”고 답했다.

17일 정인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장씨는 정인이의 상처에 대해 “양부의 베이비 마사지로 멍이 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A씨는 “‘신고를 해야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가 상처가 나서 왔다”고 증언했다.

또한 A씨는 ‘장씨가 입양가족에 대한 편견으로 아동학대 신고가 됐고, 정인이를 외부에 노출하기 싫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장씨는 가족 휴가와 코로나19 상황 등을 이유로 지난해 7월 중순부터 약 2개월간 정인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

A씨는 지난해 9월 정인이가 다시 어린이집에 등원했을 때 모습에 대해 “너무나 많이 야위었고, 안았을 때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겨드랑이 살을 만져봤는데 쭉 가죽이 늘어나듯이 겨드랑이 살이 늘어났다. 살이 채워졌던 부분이 다 (빠졌다)”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17일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시민들. 연합뉴스

이후 정인이를 인근 병원으로 데려간 A씨는 병원에 데려간 이유에 대해 “어린이집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지 궁금했다. 아이가 너무나도 말라있었고,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다리를 이렇게 떠는 애는 처음봤다. 너무 무서워서 병원에 데리고 갔다”고 말했다.

소아과 의사는 정인이 입 안 상처와 체중 감소를 이유로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해야겠다고 말했고, 이후 장씨는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갔다는 이유로 어린이집에 항의했다고 한다.

또 A씨는 지난해 10월 12일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마지막으로 등원했을 당시 모습에 대해 “손과 발이 너무 차가웠다”며 “그날 모습은 모든 걸 다 포기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머리에는 빨간 멍이 든 상처가 있었고, 몸은 말랐지만 배만 볼록하게 나와있었다고 덧붙였다. 어린이집에 정상적으로 등원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정인이는 지난해 10월 13일 장씨의 학대 끝에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금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