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극장가 채우는 발랄한 韓 영화 3편

입력 2021-02-17 14:50
'미션 파서블' 포스터. 배급사 제공


설 연휴 극장가는 미국과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선두를 달렸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소울’과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다. 이런 가운데 주목할 만한 한국 영화 3편이 이번 주 연이어 개봉한다. 모두 중소형급 영화이지만 코미디 액션·로맨스·스릴러 등 장르가 각양각색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17일 개봉한 ‘미션 파서블’은 돈만 주면 무엇이든 하는 사장 우수한과 열정만큼은 충만한 비밀 요원 유다희가 무기 밀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공조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김영광과 이선빈이 각각 우수한 유다희 캐릭터를 맡아 발랄한 코믹 액션 연기를 펼친다.

극에는 유다희가 우수한을 국정원 비밀 요원으로 착각하는 등 유쾌한 소동극이 간단없이 이어진다. 기시감이 드는 개그 코드에 웃음 타율이 높진 않지만, 액션과 유머러스함을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은 영화라는 평가도 나온다. 기대감에 힘입어 영화는 16일 기준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서 20%가 넘는 예매율로 ‘소울’ ‘귀멸의 칼날’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더블패티' 포스터. 배급사 제공


같은 날 개봉한 ‘더블패티’는 작정하고 만든 로맨스 영화다. 씨름 유망주 우람과 앵커 지망생 현지가 고된 하루를 보내고 난 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과정을 담백하게 그려냈다. 스크린 첫 작품인 배우 신승호와 배주현(아이린)의 호흡이 가장 큰 볼거리다. 특히 신예 신승호는 넘치지 않는 연기로 극의 텐션을 끌어올린다. 잔잔한 시퀀스를 메우는 박진감 넘치는 씨름 경기와 청춘을 옮겨놓은 듯한 앵커 시험 준비 과정 등이 청춘물의 매력을 더한다.

흡사 먹방(먹는 방송)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는 군침 도는 각종 음식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극의 타이틀이자 우람과 현지의 매개인 더블패티 햄버거나 아귀찜 짜짱면 참치스팸마요덮밥 등이 사이사이 시퀀스를 채운다.


'빛과 철' 포스터. 배급사 제공


18일 개봉하는 ‘빛과 철’은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두 여성의 만남을 그린 수작 스릴러다. 기대되는 요소가 많다. 단편 ‘고함’(2007) ‘계절’(2009) ‘모험’(2011)으로 주목받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배종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 영화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았다. 주연을 맡은 염혜란에게 전주국제영화제 배우상을 안긴 영화이기도 하다.

가해자인 희주(김시은)로 인해 피해자인 영남(염혜란)의 남편은 2년째 의식 불명이다. 상처를 극복하려 고향에 돌아와 공장에서 일하는 희주는 우연히 영남을 마주친다. 희주는 죄책감에 계속 희주를 피하지만, 이상하게도 영남의 딸 은영(박지후)가 희주의 주위를 맴돈다. 영남을 피하던 희주는 은영을 통해 사건에 숨겨진 진실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는 영리하게 심리적 서스펜스를 끌어올린다. 관객을 대하는 태도가 친절하지 않은데도 그렇다. 등장인물의 절제된 대사와 표정, 상황으로 관객이 직접 진실을 유추하도록 이끈다.

이 같은 서스펜스의 근저에는 배우들의 열연이 있다. 최근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염혜란과 이 극의 염혜란은 딴판이다. 염혜란의 곁에서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김시은의 활약도 대단하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영화 ‘벌새’의 박지후 역시 두 배우에게 밀리지 않고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