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백기완 선생 빈소 조문 “술 한잔 올리고 싶어”

입력 2021-02-17 11:44 수정 2021-02-17 12:22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통일운동가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문 대통령이 재임 중 빈소를 방문한 것은 2019년 1월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고(故) 김복동 할머니 조문 이후 2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방문해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빈소에 도착해 묵념한 뒤 영전에 국화를 놓은 문 대통령은 “술 한잔 올리고 싶다”고 말한 뒤 술잔을 올리고 절을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고인의 부인 김정숙씨와 딸 원담(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미담·현담씨, 아들 일씨 등 유가족을 위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조문, 생전 고인이 남긴 영상메시지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유족에게 “아버님하고는 지난 세월 동안 여러 번 뵙기도 했고, 대화도 나눴다. 집회 현장에 같이 있기도 했다”며 “세상 모든 일은 후배들한테 맡기고 훨훨 자유롭게 날아가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딸 원담씨는 “아버님이 세월호 가족들을 가장 가슴 아파하셨다”며 “구조 실패에 대한 해경 지도부의 책임이 1심에서 무죄가 돼서 많이 안타까워하셨다”고 전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할 수 있는 조치들을 다 하고 있는데,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상규명이 좀 더 속 시원하게 아직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고인이 입원 당시 문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통일에 대한 당부가 담긴 영상을 시청했다. 영상 속 고인은 “나아가서는 태도, 방법 다 환영하고 싶다. 생각대로 잘되시길 바란다”며 “문재인정부는 바로 이 땅의 민중들이 주도했던 한반도 평화운동의 그 맥락 위에 섰다는 깨우침을 가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동행한 탁현민 의전비서관에게 “이 영상을 잘 챙겨 달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담씨는 고인이 문 대통령에게 남긴 선물인 하얀 손수건과 책 한 권을 전달했다. 원담씨는 “통일 열차가 만들어지면 꼭 이 하얀 손수건을 쥐고 황해도가 고향이니까 꼭 가고 싶다고 전달해 달라 하셨다”며 “이 책은 마지막에 쓰신 책이라 아버님의 모든 자산이 여기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장례위원회 대변인인 양기환씨는 고인에 대해 “특별히 관심 가지신 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김진숙 힘내라’였다”며 “40여일 동안 단식을 했던, 코로나 상황에서 가장 힘없고 밑바닥에 있는 노동자들이 내몰린 현실에 너무 가슴아파하셨다. 각별히 선생님의 마지막 뜻이니 말씀 드린다. 각별히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인 뒤 유족에게 목례를 하고 조문을 마쳤다. 문 대통령의 이날 조문에는 유영민 비서실장, 탁현민 의전비서관, 신지연 1부속비서관이 함께했다. 전날 오후 늦게 문 대통령의 조문 일정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지난해 1월부터 폐렴 증상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오다 지난 15일 오전 향년 89세로 영면했다. 19일 영결식을 거쳐 장지인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