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인빈곤율이 2048년이면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재와 같은 고령화 속도와 노인 빈곤이 유지되면 ‘노인 지옥’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2011~2020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이 4.4%로 OECD 평균인 2.6%의 2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65세 이상 인구 연평균 증가율은 고령화 속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고령 인구는 매년 29만명씩 늘었다. 이같은 속도가 유지되면 20년 후인 2041년에는 고령 인구 비율이 33.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48년에는 고령 인구 비율이 37.4%로 전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나이든 나라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고령화 속도는 빠르지만 한국 노인 상당수는 경제적으로 빈곤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18년 43.4%로 OECD 평균인 14.8%의 3배에 달했다. G5 국가인 미국(23.1%), 일본(19.6%), 영국(14.9%), 독일(10.2%), 프랑스(4.1%)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경연은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사적연금 지원 강화·공적연금 효율화를 통한 노후 소득기반 확충, 노동시장 유연화·임금체계 개편으로 고령층 민간일자리 수요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공적·사적 연금 소득대체율은 2018년 43.4%였다. 은퇴 후 연금 소득이 은퇴 전 평균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반면 G5 국가의 공적·사적 연금 소득 대체율은 69.6%로 조사됐다.
한경연은 “G5 국가들이 사적연금을 활성화해 공적연금의 재정 건전성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5 국가들보다 경직된 노동시장도 미흡한 고령층 취업환경을 조성하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파견·기간제 규제가 엄격하고 해고 비용이 많이 들어 기업의 다양한 인력 활용이 어려워 고령자의 취업기회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파견·기간제 사용의 경우 G5 국가들은 제조업을 포함해 대부분의 업종에 파견을 허용했다. 미국, 영국, 일본의 경우 사실상 무제한 파견·기간제 계약이 가능했다. 한국의 경우 제조업을 제외한 일부 업종에서만 파견할 수 있으며 파견과 기간제 모두 2년의 기간 제한이 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우리나라는 노인들이 매우 곤궁하고 고령화 속도도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빨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공공일자리는 근원적 대책이 될 수 없으며 연금 기능 강화와 민간에 의한 양질의 일자리 제공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