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하는 논문을 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간토 대지진의 조선인 학살을 부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019년 6월 발표된 램지어 교수의 논문 ‘자경단: 일본 경찰, 조선인 학살과 사립 보안업체’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사적인 경찰력의 사용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간토 대학살은 1923년 발생한 간토 대지진 이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며 일본인 자경단, 군대, 경찰 등이 재일조선인을 학살한 사건이다.
당시 대한민국임시정부 산하 독립신문 특파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때 피살된 재일조선인은 6661명이었다.
램지어 교수는 대지진 발생 이후 자경단이 조선인을 살해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중요한 것은 학살이 일어났는지 여부가 아니다”며 “조선인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범죄를 저질렀고 실제 자경단이 죽인 조선인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조선인이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자경단의 표적이 됐고 사망자 숫자도 부풀려졌다는 식의 주장이다.
그는 “1920년 일본인 남성 10만명 중 범죄인은 191명인데, 재일조선인 남성 10만명 중 범죄인은 542명에 달한다”며 재일조선인을 범죄집단처럼 묘사했다.
또한 램지어 교수는 “지진 후 조선인이 불을 지르고 우물에 독을 탔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소문은 아니다”는 내용의 조선총독부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하며, 당시 간토 지역 화재는 한국 좌익세력의 소행이라고 기정사실화했다.
일본인 자경단에 목숨을 잃은 조선인의 수가 부풀려졌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대지진 때 목숨을 잃은 조선인의 수가 2명 이상 1만명 이하”라는 일제강점기 변호사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비꼬는 말이지만 그게 맞는다”고 동의했다.
램지어 교수는 대지진 직후 일본 교수가 조선인 사망자를 2000여명으로 집계했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이후 조선인 사망자는 3000명과 6000명으로 늘었고, 결국 2만명까지 늘었다면서 집계가 자의적이라는 식의 주장을 폈다.
그는 자경단이 살해한 조선인이 300명 선이라는 조선총독부의 자료를 제시하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에 이진희 이스턴일리노이주립대 사학과 교수는 램지어 교수가 이 논문에서 일본 우익 서적과 온라인 블로그에서 인용되는 잘못된 사료를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연합뉴스에 “램지어는 일본 정부의 개입과 주도를 전면 부인하고 일본인의 대량학살을 정당방위로 유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온라인으로만 올린 램지어 교수의 해당 논문은 오는 8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