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를 딛고 장애 관련 강의 활동을 하고 있는 이범식씨(58·사진)가 오는 19일 대구대에서 이학박사 학위(재활과학과 직업재활전공)를 받는다.
이 씨는 1985년 당시 22세의 나이에 불의의 사고를 당해 양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은 후 왼쪽 다리 하나와 보조 기술의 도움으로 살아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학문에 전념해 ‘중도장애인의 외상 후 성장 모형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게 됐다.
이 씨는 2003년 장애인 재활을 위한 컴퓨터 교육장을 만들고 운영하며 장애인 복지 사업에 첫 발을 디딘 후 장애인 복지 분야에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
2011년, 그는 47세의 나이에 대구대 산업복지학과에 편입해 직업재활학을 복수전공하며 뒤늦은 공부를 시작했다.
30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학생들과 공부한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지만, 남들보다 몇 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 한국장학재단 등으로부터 장학생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대구대 대학원에 입학해 이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이어 2018년 직업재활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시작해 이번에 학위를 받게 됐다.
이 씨의 특별한 학위는 장애에 굴복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예기치 않은 사고와 장애를 오히려 역동적인 삶을 위한 기회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씨는 “장애란 부정적인 조건만이 아닌 자신의 또 다른 내면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긍정적인 계기도 될 수 있다”며 “앞으로 직업재활학과 교수진과 장애 이후 성장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장애인이 직업을 통해 당당한 사회인으로 다시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을 연구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씨를 지도한 대구대 직업재활학과 나운환 교수는 “이 박사가 장애인 복지 정책과 행정을 다루는 위치에서 우리 사회의 많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큰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이번 학위 수여가 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현재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경산시지회장과 대구교도소 교정위원 등을 맡아 장애인 권익 향상과 복지 증진 사업, 재소자 인성교육에 힘쓰고 있다. 또 대학, 기초자치단체, 공무원교육원, 중·고등학교 등 다양한 기관에서 강의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경산=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