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과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관리해 북한 최고지도자의 ‘금고지기’로 불렸던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 실장이 북한 방송에 등장했다.
최근 사위인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 대리가 아내, 자녀와 함께 탈북한 뒤 남한에 입국한 사실이 공개됐음에도 전 주민이 보는 조선중앙TV에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조선중앙TV는 16일 ‘회고방송시간-학창 시절에 보여주신 숭고한 도덕의리의 세계’ 소개 편집물을 통해 전 전 실장이 기억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영상은 김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을 맞아 방영됐다.
김 위원장과 남산 고급중학교 동기였던 전 전 실장은 “1960년 7월 남산고중 졸업을 앞둔 때 위대한 장군님(김정일)께서는 담임선생님과 저희와 함께 대동강가에 나오셔서 대동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겨줬다”고 회상했다.
이어 “1999년 1월에 저를 친히 부르시고 ‘김형남 선생님 생각이 요즘 자주 난다(…)미망인이 가족하고 살고 있겠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동무가 나를 대신해서 한번 찾아가 보아라’고 간곡히 말씀했다”며 “바쁘신 속에서도 담임선생을 잊지 않으시고 관심을 두고 계시는가 해서 저는 심한 양심상 가책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전 전 실장은 2010년 2월부터 8년가량 노동당 39호실의 수장을 맡아왔다. 당 39호실은 최고지도자의 통치자금을 마련하는 곳으로, 대성은행 고려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을 소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원평대흥수산사업소, 문천금강제련소 등 노른자위 기업소 100여곳을 직영한다. ‘슈퍼노트’(미화 100달러 위폐) 제작, 마약 거래 등 불법행위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실장은 2017년 말쯤 교체됐고, 2018년 4월 김정은 위원장의 최고수위 추대 6주년 경축 중앙보고대회를 끝으로 북한 매체에 등장하지 않았다. 류 전 대사대리 가족은 2019년 9월쯤 탈북해 국내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