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학교 폭력(학폭) 전력을 가진 선수는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면 배제된다. 이를 숨기고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한 사실이 뒤늦게 발각되면 영구 제명돼 선수·지도자로 활동할 수 없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학폭 근절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 가해자의 프로 데뷔를 원천 봉쇄하고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징계 규정 신설 방안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징계 규정은 시행되는 시점부터 효력이 발생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신무철 KOVO 사무총장은 16일 서울 마포구 사무국에서 회의를 마친 뒤 “최근 불거진 선수들의 학교 폭력과 관련해 리그를 관장하고 운영하는 기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피해자들과 실망한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연맹은 앞으로 학교 폭력과 성범죄 등에 중하게 연루된 선수를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면 배제하겠다. 드래프트에서 이에 대한 서약서를 받고, 그 내용이 허위로 확인되면 영구제명 등 중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KOVO는 학폭에 연루되지 않은 사실을 입증하는 서약서를 출신 학교장의 확인을 받고 제출한 초·중·고교와 대학 선수에게만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할 자격을 부여할 계획이다. 서약서 내용이 허위일 경우 해당 선수의 영구제명은 물론, 출신 학교에 대한 지원금 회수 조치도 계획하고 있다.
KOVO는 선수가 가·피해자로 지목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상벌위원회의 징계·제재금 부과의 근거로 삼은 선수인권보호위원회 규정 제10조를 참고해 학폭 관련 징계 사유를 새롭게 명시할 계획이다. KOVO 규정에서 도박, 금지약물 사용 등에 따른 징계는 가능하지만 프로 데뷔 이전의 전력을 처벌할 근거는 마련되지 않았다.
KOVO와 배구협회는 최근 일부 선수들의 학폭 전력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자 이날 비대위를 열고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신 사무총장과 KOVO 상벌위원회 소속 변호사 2명, 자문 변호사, 김건태 경기운영본부장, 조영호 총재특별보좌관, 황명석 상벌위원장, 조용구 대한민국배구협회 사무처장이 참석했다.
폭로는 지난 10일에 시작됐다.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의 쌍둥이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창시절 폭력을 폭로한 글이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작성자는 이 글에서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폭력 피해 사례를 21가지로 상세하게 적었다.
지난 13일에는 “초등학교 6학년 시절부터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추가 폭로가 한 포털 게시판에 공개됐다. 이 글의 작성자는 “자매가 틈만 나면 욕하고 툭툭 쳤으며 마음대로 할 수 없을 땐 부모님께 말해 단체로 혼나게 했다”며 “함께 생활할 수 없어 1년 반 만에 옆 산을 통해 도망가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 이후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의 송명근, 심경섭을 포함한 학폭 피해 폭로가 이어졌다.
KOVO는 다만 이미 가해자로 지목돼 구단 차원에서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선수들을 연맹 차원에서 추가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사무총장은 “과거 학폭에 대한 징계는 규정을 마련하는 시점부터 적용되고, 그 이전의 폭로에 대해서는 소급되지 않는다”며 “차차기 이사회가 예정된 올 시즌 막판에 규정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요하다면 임시 이사회라도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