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희 감독, 김경희씨 훈련 참관 부인 “동네배구 하는 곳 아냐”

입력 2021-02-16 18:55
사과하는 박미희 감독. 연합뉴스

박미희(58) 흥국생명 감독이 이재영·이다영(이상 25)이 학교폭력(학폭) 문제로 구단으로부터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뒤 처음 공식 석상에 섰다. 박 감독은 학폭 문제가 불거진 데에 대해선 거듭 사과했지만, 두 자매의 모친 김경희씨가 구단 훈련에 참가했단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선을 그었다.

박 감독은 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리는 프로배구 V-리그 IBK기업은행과의 홈 경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는 이재영·다영 자매가 학폭 사실을 인정하고 구단에 무기한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뒤 가진 첫 번째 경기였다.

박 감독은 “어떤 이유에서건 학폭은 용납될 수 없다”며 “체육인이자 팀을 이끄는 사령탑으로서 많은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갑작스럽게 터진 학폭 논란에 팀 분위기도 뒤숭숭할 수밖에 없다. 박 감독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은 되지 않았고 그 사이에 터진 일들이 마무리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며 “선수들도 매체도 보고 하니 사건을 인지하고 있지만, 개개인이 모두 프로 선수이기에 ‘준비하고 있던 개인, 팀 목표를 그대로 보고 달려가자’고 이야기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분위기를 살리는 데엔 주장 김연경 등 선배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박 감독은 “주장 김연경 선수 등 선배들이 다른 선수들을 잘 이끌고 있다”며 “그동안 시즌 준비하면서 노력한 게 있어 선수들이 그 시간을 헛되이 만들지 않겠단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승점 50점(17승6패)으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승점 단 1점만 추가하면 포스트 시즌(봄배구) 진출에 성공한다. 또 남은 7경기 중 승점 14점 이상 얻으면 정규리그 1위도 자력으로 달성할 수 있다.

다만 팀을 이끌었던 주전 세터 이다영과 레프트 이재영의 공백은 크다. 이날 경기에선 김미연이 레프트, 김다솔이 세터로 출전해 쌍둥이 자매의 공백을 메울 전망이다. 박 감독은 “불미스런 일이 생겨 당황스럽지만 선수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 감독은 쌍둥이 자매의 모친이자 국가대표 세터 출신인 김경희씨가 흥국생명 훈련에 참관해 팀 운영에 개입했단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선을 그었다. 박 감독은 “그 얘기를 듣고 무척 당황했다. 여기는 동네 배구하는 곳이 아니고 초등학교도 아니다. 절대 있어선 안 될 상황”이라며 “프로배구 팀 훈련엔 아무나 왔다 갔다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당황스럽고 나 뿐 아니라 현직 지도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느낀다”고 강조했다.

인천=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