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카드로 게임하는 것뿐” 네 손가락 라켓 쥔 존스의 아름다운 도전

입력 2021-02-16 18:44
프란체스카 존스가 15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WTA 투어 필립 아일랜드 트로피 대회 이틀째 단식 본선에서 라켓을 휘두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손·발가락을 합쳐 5개가 없는 프란체스카 존스(245위·영국)이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본선에 진출한 데에 이어 지난 15일(한국시간)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 본선에서 첫 승리를 따내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다른 프로선수들보다 불리한 신체 조건으로도 역경을 극복해내고 있는 존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남들과 다른 카드로 게임을 하는 것일 뿐”이라며 남다른 마음가짐을 보였다.

존스은 이날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WTA 투어 필립 아일랜드 트로피 대회 이틀째 단식 본선 1회전에서 정싸이싸이(44위·중국)를 2-1(6-2 3-6 6-2)로 제압했다. 21살의 존스는 이번 경기로 생애 처음으로 WTA 투어 단식 본선에서 승리했고, 세계 랭킹 100위 이내 선수를 상대로도 첫 승을 기록했다.
경기 중인 존스의 손가락과 라켓을 잡은 모습. AP연합뉴스

존스는 태어날 때부터 양 손가락이 네 개씩인 것을 비롯해 발가락도 온전치 않았다. 오른쪽 발가락이 3개, 왼쪽 발가락 4개인 채로 태어났다. 이 떄문에 태어난 후 지금까지 10여 차례의 수술을 받기도 했다. 의사들은 그녀가 어릴 때부터 신체적인 한계로 인해 프로 테니스 선수로 성장하기 힘들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존스는 자신의 장애를 약점으로 생각하지 않고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다른 조건으로 스스로를 받아들였다. 존스는 최근 BBC 인터뷰에서 “저는 다른 세트의 카드로 경기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런 카드로 경기한다고 해서 게임에 이길 수 없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그러면서 “누가 8살이나 9살 때 당신에게 무언가를 하지 못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처를 받을 거라 생각한다”며 “하지만 전 묵묵히 받아들이고, 그 사람들이 틀렸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지를 본다”고 말했다.

프란체스카 존스가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호주오픈 예선 3차전에서 루자징과 경기를 치르고 있는 모습. 신화뉴시스

존스는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호주오픈 예선을 3연승으로 통과하면서 처음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존스는 이 예선 1회전에서 모니카 니쿨레스쿠(146위·루마니아)를 2-0(6-3 6-2)으로 잡았는데 니쿨레스쿠는 2012년 세계 랭킹 28위에 올랐던 베테랑이다. 이어 2회전에선 야나 페트(209위·크로아티아)에 2-1(7-6<9-7> 2-6 6-1)로 승리했다. 자신보다 상위 랭크 선수들을 잇따라 격파하면서 호주오픈 예선에서 그녀의 자신감을 빛을 발했다.


존스는 호주오픈 본선에 진출한 영국 선수 세 명 중 가장 어린 나이였다. 21살의 나이로 전 세계에서 테이스를 가장 잘하는 선수 128명이 겨루는 메이저 대회 단식 본선에 처음 진출하게 된 것이다.

존스는 아쉽게 지난 9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본선 1회전에서 셀비 로저스(57위·미국)에게 0-2(4-6 1-6)로 졌지만, 불과 6일 후 랭킹 44위를 상대로 WTA 투어 대회 본선에서 승리를 가져오면서 그의 도전을 이어갔다.

존스는 호주에 오기에 앞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놀라운 경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어떤 시합이라도 환상적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 순간의 도전을 즐기는 존스가 보여주는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된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