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들여온 건 미군” 中주장, SNS서 9만9000번 퍼져

입력 2021-02-16 16:59 수정 2021-02-16 17:08
국민일보 DB

미국, 중국, 러시아, 이란의 정부 관료와 매체가 코로나19 관련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슈퍼 전파자’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미국이 제기한 책임론에 맞서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음모론을 확산하는 데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디지털 포렌식 연구소(DFRLab)와 공동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SCMP와 DFRLab는 트위터, 페이스북, 웨이보, 위챗, 유튜브, 텔레그램 등 SNS 플랫폼에 올라온 수백만 건의 글과 기사를 검색해 이들 네 나라가 코로나19와 관련된 음모론을 증폭시키고 의심을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SCMP가 음모론 확산의 대표 사례로 지목한 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트윗이다. 자오 대변인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공식 선언한 다음날인 지난해 3월 12일 ‘우한에 코로나19를 바이러스를 가져온 것은 미군일지도 모른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2019년 10월 우한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이 코로나19를 전파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자오 대변인이 당시 올린 11개의 트윗은 6주동안 최소 54개 언어로 번역돼 9만9000번 이상 인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트위터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자오 대변인의 글을 퍼나르며 확산에 일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를 비롯해 전 세계 30개국 매체가 이를 보도했다. 트위터 사용이 금지된 중국에서조차 자오 대변인의 트윗 관련 해시태그는 웨이보에서 3억14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특히 러시아와 이란의 관영 매체는 이러한 의혹 제기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고 SCMP는 전했다.

그로부터 열흘 후인 3월 22일 중국국제방송(CRI)은 미 정부가 의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실체를 감췄다고 주장했다. 미 메릴랜드주 포트 데트릭에 있는 생화학실험기지인 미군 감염병연구소가 2019년 7월 문을 닫았다는 게 정황 근거였다. 이는 또다시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으로 350회 이상 보도됐다.

SCMP는 “러시아와 이란은 코로나19가 생물학 무기일거라는 음모론을 공식적으로 일축했다”며 “그러나 중국은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팀이 최근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하기 위해 우한을 방문했을 때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포트 데트릭의 감염병연구소 실험실을 개방하고 WHO 전문가를 초청해 코로나19 기원 추적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