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남북관계 마중물’ 평가까지…러시아 백신 급반전

입력 2021-02-16 16:53 수정 2021-02-16 16:57
러시아 의료진이 자국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 V'를 들어보이고 있다. 타스통신, 연합뉴스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가 효능을 공인받으며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꽉 막힌 남북 관계를 풀어낼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러시아 현지 언론에 러시아 백신을 언급하며 내비친 평가다.

최 지사는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공조한 한국의 백신 외교가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일 우리가 러시아 기술로 한국에서 제조된 백신(스푸트니크 V 백신)을 (북한으로) 보내고, 러시아가 이 과정을 중재하는 데 동의한다면 이는 남북 관계를 회복하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3각 협력은 훌륭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우리는 북한과 접촉하고 있지 않지만 이와 관련한 러시아의 지원을 환영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인 러시아의 지원을 얻어 스푸트니크 V 백신을 북한에 공급하면 남북 관계 회복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강원대 제공

지난 13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공항에서 하역 노동자들이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양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최 지사의 이같은 주장 밑바탕에는 강원도 춘천에 있는 스푸트니크 V 국내 생산공장이 있다.

앞서 한국 바이오기업 지엘라파(GL Rapha)는 지난해 11월 러시아 국부펀드 ‘직접투자펀드’(RDIF)와 스푸트니크 V 백신의 국내 생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춘천에서 연 1억5000만 도스(1회 접종분)의 백신을 만든 뒤 전량 해외로 수출한다는 게 업체 측의 계획이다. 최 지사 말대로라면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이 러시아의 전통적 우방인 북한에 공급되면 코로나19 백신으로 남북이 이어지게 되는 셈이다.

스푸트니크 V 백신은 지난해 8월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으로 승인받은 이래 ‘상전벽해’의 길을 걷고 있다. 애초 러시아 정부의 승인을 얻을 때만 해도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와 달리 3단계 임상시험(3상) 전 1, 2상 뒤 곧바로 승인을 받으며 안전성 논란이 일었다. 당시 서방국을 중심으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부를 것이란 우려도 팽배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저명한 영국 의학저널 ‘랜싯’이 스푸트니크 V 백신의 면역 효과가 91.6%에 이르고, 60세 이상 고연령층에 대한 효과도 91.8%에 달한다는 3상 결과를 게재하며 상황은 급반전했다.

게다가 영하 18도로 보관하거나 동결건조하면 영상 2∼8도에서도 보관·운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영하 75도 내외 초저온 보관이 필수인 화이자 제품과 비교할 때 취급이 수월하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 스푸트니크 V는 화이자(95%), 모더나(94.1%)에 버금가는 효과로 세계 26개국이 사용을 승인한 상태다. 한국에서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8일 코로나19 백신의 불확실성 대응 차원에서 스푸트니크 Ⅴ 백신의 국내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