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올해 앱 마켓 수수료만 1조4000억 거둬간다

입력 2021-02-16 16:36


구글의 ‘인앱 결제(In-App-Purchase)’ 강제 방침이 올해 말 현실화할 경우 국내 기업이 추가로 지급해야 할 수수료가 최대 15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기술(IT) 업계도 늘어나는 수수료를 감당하기 위해 불가피한 요금 인상에 나서면서 결국 사용자에 부담이 전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과기정통부에서 제출받은 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구글의 수수료 정책 변화로 인해 국내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최대 1조3971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인앱 결제 신규 적용 대상인 비게임 분야에서만 현재 구글 측에 지급하는 수수료(2874억원)에 최대 1568억원(54.5%)을 더 내야하기 때문이다.

수수료 증가분은 기업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기업 매출이 지난해와 같을 경우 구글의 새 제도에 영향을 받는 비게임 분야의 수수료가 885억원 늘어나게 된다. 기업이 예상하는 올해 매출액 예측치를 적용하면 수수료는 최대 1568억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이는 지난해 9~10월 국내 모바일 앱 매출액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상위 기업 246개를 조사한 결과다.

인앱 결제란 구글·애플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스토어에서 자체 결제 시스템으로 유료 앱·콘텐츠를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을 말한다. 구글은 기존 게임 앱 외에도 모든 앱 내 콘텐츠를 결제할 때 이 같은 방식을 의무화하고 수수료율 30%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당초 제도를 1월부터 시행하려다 국내 반발이 거세지자 적용 시기를 오는 9월 30일로 연기했다.

정부는 지난해 국내 구글이 앱 마켓에서 거둬들인 매출액만 5조4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 전체 앱 마켓 매출액의 약 75%를 구글이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독점 상태다. 애플은 1조6180억원(21.5%), 원스토어는 8826억원(11.7%)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구글과 달리 애플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매출 11억원 이하 중소 앱 개발사에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구글 인앱 결제 도입 이후 국내 기업의 대응 방안 설문 조사 결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앱을 탑재하는 개발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구글의 정책 변경에 따른 대응 방안을 묻는 조사에서 전체 기업 29.9%는 소비자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응답했다. 특히 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한 대·중견기업의 절반이 요금 인상 의사를 밝히면서 소비자 부담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의 이 같은 강제적 방침에 위법성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지만 전향적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는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나서 우려를 전달하는 등 미 정부 차원의 압박이 이어졌다. 이에 야당이 신중론으로 돌아서면서 법안 처리는 무산됐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구글 측이 수수료율 인하 등 유의미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여야가 업계와 국민적 우려를 인식해 법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