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 석방 촉구’ 1987년 미국 하원 외교전문 2건 공개

입력 2021-02-16 16:10
1980년대 미국 하원의원들이 한국정부에 당시 구속 상태였던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석방을 촉구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로버트 므라젝 등 당시 미 하원의원 8명이 김경원 주미한국대사에게 보낸 외교전문. 이들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석방과 인권회복을 촉구했다. 김대중도서관 제공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16일 미국 하원의원들이 1987년 2월부터 3월까지 주미 한국대사와 주한 미국대사에게 보냈던 외교전문 2건을 최초로 공개했다. 문건에 따르면 로버트 므라젝, 피터 코스트메이어 등 미 하원의원 8명은 1987년 2월 김경원 당시 주미한국대사에게 전문을 보내 “민주지도자 백기완의 구속에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양심수 백기완의 즉각 석방과 인권회복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백 소장의 석방이유로 과거 고문후유증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톰 포글리에타 등 다른 미 하원의원 8명이 1987년 3월 제임스 릴리 당시 주한미국대사에게 보낸 외교전문. 이들은 릴리 대사에게 백 소장의 석방을 위해 한국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대중도서관 제공

다른 하원의원 7명은 다음 달인 1987년 3월 제임스 릴리 당시 주한 미국대사에게 재차 외교전문을 보냈다. 이들은 릴리 대사에게 “백기완의 석방과 인권회복을 위해 전두환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면서 “백기완을 치료하는 의료진 판단에 따르면 수개월 동안 치료와 치유기간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백 소장은 1986년 7월 열린 ‘부천서 성고문 범국민폭로대회’와 관련해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로 수배됐다. 이후 5개월 만인 그해 12월 검거돼 구속됐다. 평소 고문후유증으로 건강이 좋지 못했던 백 소장은 구속된 지 19일 만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도 못한 채 다음 해인 1987년 2월 재수감됐다.

김대중도서관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한 백 소장 관련 자료는 전두환 정부의 인권탄압을 국제사회에 알리고자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한국인권문제연구소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