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림 속에 묘사된 가장의 모습을 보면 이런 팔자가 없다. 요즘 아빠라면 부러워죽을 듯하다. 한여름 모기 장 속에서 팔베개를 하고 누워있고, 어떤 날은 나무 그늘 아래서 또 그렇게 누워 낮잠을 잔다. 안방에서는 아예 큰 대(大) 자로 팔다리를 뻗어서 잔다. 아빠가 그러는 동안 마루에는 아빠를 닮은 자세로 아기가 누워 낮잠을 잔다. 그런 아빠와 아기를 지켜보며 앉아 있는 엄마의 표정은 표현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을까.
코로나 19 팬데믹 시대를 1년여 겪어오며 우리가 되찾은 것은 가족의 가치다. 부모는 재택근무를 하고 자녀는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온가족이 함께 ‘돌밥돌밥(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 하는 문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현대화랑에서 하는 장욱진 30주기 기념전 ‘집, 가족, 자연’전은 그래서 더 반갑다. 이를 주제로 한 작품 50여 점이 엄선돼 나왔다. 집은 화가 장욱진에게 가족과 생활하는 안식처이자 예술적 영혼이 깃든 아틀리에다. 좀 더 큰 것, 유명해지는 것 대신에 소박한 삶을 추구했던 작가의 가치관이 이 작은 그림들에 담겼다. 노동하는 가장이 아니라 팔자 좋게 누워서 자는 가장의 모습으로 안빈낙도의 철학이 구현 된 것 같다. 28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