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학폭) 문제로 대표팀·프로배구 V-리그에서 무기한 출전 정지 중징계를 받은 흥국생명의 이재영·이다영(이상 25) 쌍둥이 자매의 상황에 대해 세계 언론도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영국 매체는 이 사건을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의 자화상으로 해석했고, 이웃나라 일본 매체는 ‘인간성과 관련된 문제엔 거부감이 큰’ 한국의 문화적 특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배구 전문 매체인 ‘월드오브발리’는 15일(현지시간) “이씨 자매가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국가대표팀과 구단에서 쫓겨났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학폭 문제에 대해 폭로하는 글이 온라인에 올라온 뒤 두 선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여론의 비난을 잠재우지 못했다”며 “결국 무기한 배구를 할 수 없게 하는 협회와 구단의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고 상세히 보도했다. 월드오브발리가 게재한 기사 두 건은 각각 톱뉴스(TOP NEWS)와 최신 뉴스(LATEST NEWS)란에 걸려 세계 배구 팬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같은날 게재된 기사에서 두 선수의 대표팀 출전 정지 소식을 전하며 한국 스포츠계 전반에 만연한 폭력 문제를 함께 짚었다. 데일리메일은 “한국은 하·동계 올림픽에서 곧잘 메달 순위 10위 안에 드는 지역 스포츠 강국”이라면서도 “(한국은) 이미 심각하게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를 갖고 있고, 스포츠계에선 이기는 게 사실상 전부로 치부돼 신체적·언어적 폭력이 만연하다”고 보도했다.
이어 감독·선배 선수·안마사 등의 폭행에 시달리다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 선수 고(故) 최숙현,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공개한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 체육계 미투 1호로 꼽히는 테니스 코치 김은희를 ‘최근 한국 체육계 괴롭힘(abuse) 스캔들’ 사례로 소개했다.
2020 도쿄올림픽을 개최하는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두 선수의 학폭 논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두 선수가 강한 징계를 받은 상황을 한국의 문화적 특성과 연결 지어 설명한 보도도 큰 관심을 모았다. 16일 포털사이트인 ‘야후 재팬’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미녀 쌍둥이, 더러운 냄새 나는 과거 언동이 대표 자격까지 박탈한 이유’란 기사가 게재됐다.
해당 기사에선 “최근 한국에선 K팝 아이돌과 여러 유명 인사들의 학폭 사실이 밝혀지며 방송활동 중단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운동선수들도 마찬가지”라며 “학폭은 한 사람의 인간성과 깊게 관련된 문제라 한국에선 매우 큰 거부감을 갖고 받아들인다”고 해석했다. 이어 “이다영은 국가대표 세터고 이재영도 에이스급 공격수인데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7월 예정된 도쿄올림픽 출전도 무산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45년 만의 메달 획득을 노리는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에 큰 아픔”이라고 덧붙였다.
그 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재영·다영 자매가 다수 TV 예능 프로그램과 기아자동차 광고 등에 출연해 유명인이 됐지만 논란 이후 이들이 나온 프로그램과 광고 영상이 삭제 조치됐단 사실을 보도했고, 프랑스의 ‘프랑스24’도 두 선수의 몰락 소식을 상세히 전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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