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ICJ 판단 받자” 이용수 할머니 눈물 호소

입력 2021-02-16 13:45 수정 2021-02-16 14:09
사진=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3) 할머니가 16일 “일본이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도록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판단을 받아 달라”고 호소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대표를 맡은 이 할머니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나서서 국제법으로 일본의 죄를 밝혀 달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ICJ는 유엔헌장에 규정된 유엔의 주요 사법기관으로,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회원국들은 ICJ의 판결을 따를 의무가 있다.

이 할머니는 “양국이 책임감을 갖고 국제재판소에 가서 완전한 해결을 하고 양국 간 원수 지지 말고 친하게 지내야 할 것 아닌가. 언제까지 이렇게 으르렁대기만 할 것인가”라며 “판결을 받아 완전한 해결을 짓고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나는 나이도 많고 (다른) 할머니들이 ‘여태까지 너는 뭘하고 왔느냐’ 하면 할 말이 없다”면서 “여태까지 묵묵히 해나갔고 다 했지만 아무 진전이 없다. 대통령님이 (나서서) 국제법으로 판결을 받아 달라는 게 내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이름을 언급하며 “우리 같이 가자. 같이 국제사법재판소 가서 똑바로 밝히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발언 중간중간 감정이 북받치는 듯 울먹였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ICJ 제소를 직접 요청하는 대목에선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 굽혀 인사하다가 손수건으로 얼굴을 훔치며 흐느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일본은) 적반하장으로 우리 법원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우긴다. 지금도 미국에서 하버드대 교수를 시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신희석 연세대 박사와 김현정 배상과교육을위한위안부행동(CARE) 대표, 서혁수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대구시민모임 대표 등도 참석했다.

이 할머니와 함께 추진위를 결성한 신희석 박사는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을 상대로 요구하는 건 금전적 배상이 아니라 과거 행위에 대한 사죄, 책임 인정, 역사교육이다. 그런데 그런 것은 국내 소송을 통해 실현하기엔 상당한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9년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에서 한국이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해 승소한 경험, 2014년 ICJ에서 일본이 무리한 고래잡이를 놓고 호주에 패소한 사례 등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가 ICJ에 한 번도 소송해 본 경험은 없지만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 박사는 또 “한국은 위안부 제도가 그 당시 적용되는 국제법 하에서도 불법이었다는 주장을,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의해 개인 청구권이 포기됐다는 주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우리 입장에선 피해자 할머니들이 원하는, 당시 행위의 불법성을 확인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어떤 판결이 내려지든 기존 ICJ 판결을 봤을 때 위안부 제도가 국제법 위반이었는지 판단할 수밖에 없고,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증언들이 다 기록으로 남게 된다”고 덧붙였다.

추진위 구성원인 김현정 대표는 “일본의 공식 인정과 사죄를 이룰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ICJ 제소를)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이미 설 전에 여성가족부 등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대통령에게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