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전 술에 취해 ‘김일성 만세’를 3회 외쳤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받은 남성이 16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1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대구지법 경주지원 문성호 부장판사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1979년 기소된 A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79년 8월 3일 동네 주민들과 술을 마시던 중 “김일성 만세”를 세 차례 외쳤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A씨는 술을 마신 사실만 기억할 뿐 외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했고 대부분의 참고인도 외친 사실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도 법원은 일부 목격자 진술만을 근거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이후 A씨는 교사직을 잃고 수사과정에서 이뤄진 고문 후유증으로 왼쪽 귀 청력을 잃었으며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다가 2005년 지병으로 숨졌다.
15년이 지나서야 A씨 유족은 당시 대구지검에 제출한 탄원서를 증거로 2019년 6월 재심을 청구할 수 있었고 법원은 지난해 6월 재심을 시작했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딸이 아버지가 20일 넘게 구금돼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내용과 배우자가 구속된 지 한 달이 다 돼간다는 내용으로 선처를 호소한 탄원서는 A씨의 불법구금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법원은 약 7개월간의 심리 끝에 “피고인 자백 진술이 영장주의 원칙에 반해 이뤄진 불법구금 상태에서 이뤄진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김일성 만세’를 외친 행위가 진의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과장된 표현에 불과하며 국가 존립이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민변은 논평을 통해 “피해자 중심적 접근으로 인권침해를 적극 규명하고 피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유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