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오픈한 제주의 5성급 호텔 그랜드조선 제주가 사우나 내부를 제대로 차단하지 않은 채 영업하면서 투숙객들의 이용 모습이 외부로 노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호텔 스위트룸에 머물던 신혼부부가 투숙 마지막 날 산책을 하다 우연히 발견했는데, 취재 결과 실제 사우나의 일부 유리창에 노출을 막기 위해 필요한 코팅 작업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밤 한 포털사이트에 ‘제주 5성급 호텔 사우나에서 알몸이 노출됐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최근 제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신혼부부라고 밝힌 작성자는 제주에 새로 생긴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 하루 80만원의 비용을 내고 이틀 간 머무르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내용에 따르면 이 기간 작성자는 스위트룸에 투숙하며 스위트룸 전용 수영장과 사우나를 이용했다. 문제는 사우나 시설에서 발생했다.
스위트룸 전용 사우나는 내부에서만 외부를 볼 수 있는 유리창으로 설계됐는데 미러코팅이 돼 외부에서는 볼 수 없고 내부에서만 바깥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숙박 마지막 날 산책을 하던 중 사우나 창문을 우연히 보게 된 작성자는 사우나 내부가 그대로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우나 내부의 온도계 글씨까지 보였다고 했다.
작성자는 즉각 호텔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호텔 측은 유리창 외부에 차단 코팅이 되어 있고 저녁에는 블라인드를 내리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응수했다.
하지만 제보자는 자신이 이용하던 시간대에 블라인드가 내려간 적이 없었다며 의문을 제기했고, 호텔 직원과 동행해 확인한 결과 사우나 내부의 모습이 호텔 입구와 산책로, 주차장, 심지어 다른 객실 발코니에서도 선명하게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작성자는 “1박에 80만원을 내고 묵었는데 자신과 아내가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알몸으로 샤워하는 수모를 당했다”며 “호텔 측이 이런 내용을 공지하지 않아 다른 이용자들은 피해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언론 보도가 시작되자 호텔 측은 16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운영 상의 실수로 사우나 내 일부 공간에서 블라인드를 내리지 못해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해명했다.
이어 “고객과 함께 신관 전 위치에서 전수조사를 실시했으며 경찰 동반 조사를 통해 CCTV를 확인한 결과 (외부에서 내부를 관찰하는 등의)우려했던 피해는 다행히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시 블라인드를 내려 운영하는 것으로 운영 지침을 즉시 변경했다”며 “고객 안전과 편의를 위해 세심한 현장 운영에 더욱 힘쓰겠다”고 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실제 해당 호텔의 스위트룸 전용 사우나 유리창 일부에는 내부 노출을 막아주는 코팅 작업이 누락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호텔 한 관계자는 “글 작성자가 올린 사진 가운데 낮인데도 내부가 보이는 유리창이 코팅 작업이 누락된 부분”이라며 “제대로 작업이 이뤄졌다면 낮에는 외부에서 내부를 볼 수 없는 게 맞다”고 밝혔다.
한편 그랜드조선 제주는 ㈜신세계조선호텔이 올해 사명을 ㈜조선호텔앤리조트로 바꾼 뒤 출점한 첫 호텔로, SK디앤디가 인수한 켄싱턴 제주를 임차해 리뉴얼해 운영 중이다. 총 271개의 객실과 총 5개의 실내·외 온수풀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