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거 확실해?” 제3의 배구 학폭 ‘뻔뻔한 문자’

입력 2021-02-16 11:09 수정 2021-02-16 11:29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 캡처

국내 프로배구계의 학교 폭력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 OK금융그룹의 송명근·심경섭에 이어 세 번째로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가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가 공개됐다.

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네이트판을 통해 현역으로 뛰고 있는 여자배구 선수에게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피해자 측이 이튿날 배구선수 B씨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자신을 피해자의 언니라고 소개한 A씨는 15일 “가해자의 배구 인생을 끝내고 싶지 않았기에 인물을 특정하지 않았다. 그저 이 글을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낄 그 사람들에게 사과를 받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오늘 연락이 왔는데 사과의 말은커녕 자기들을 포장하며 어떤 분은 동생의 기억을 의심했다”며 “사과할 생각도 없으면서 연락을 취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 않고 억지로 사과를 받아내고 싶지 않다”며 “전화도 직접 만나기도 무섭고 더는 과거를 들춰내고 싶지 않다. 또 무분별한 댓글로 상처 입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이 과거 트라우마 때문에 더 문제를 키우거나 상처받고 싶지 않아 한다”며 “고된 훈련과 기합을 받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인격적이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는지는 몰랐다”고 했다.

A씨는 “이 글로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깨우치며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B씨와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 캡처

이날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서 B씨는 “너는 네가 피해자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몰라도 널 안 좋아하고 네가 올린 글만큼 너한테 (가혹 행위를)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네가 올린 글이 나랑 XX이 다 한 거 확실해? 거짓말 하나도 없이?”라고 물었다.

피해자는 “거짓말 하나도 없고 저는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서 그대로 쓴 것”이라며 “언니들은 제 입장에서 생각해봤느냐”고 했다.

B씨는 “생각해봤으니까 (연락을) 했지”라며 “지금 네가 나한테 말한 것은 판에 올린 글 중에 정말 일부분인데 나머지도 우리가 그랬다는 것 확실하지?”라고 재차 물었다.

B씨의 계속되는 추궁에 피해자는 “그냥 사과받고 싶어서 올린 건데”라고 답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 캡처

앞서 피해자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했다. 중학교 입학하면서부터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을 못한다고, 발음이 안 된다고 욕을 먹고 체벌을 당했다”며 “울면 바가지를 가져와서 눈물 콧물 침을 뱉어서라도, 오줌을 싸서라도 바가지를 채우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힘들어졌다”며 “숙소에 가면 매일매일 죽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린 마음에 김에 있는 방부제를 먹기도 하고 혼자 화장실에 가서 울면서 목을 조르는 일도 일상이었다”고 했다.

피해자는 또 선배가 배구공으로 얼굴을 때리거나 머리를 박은 채 코트를 돌게 하는 등의 가혹 행위를 했다면서 “아직도 내가 왜 그런 무시를 당하고, 미움을 받아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피해자는 가해자를 향해 “텔레비전에 나와 착한 척하는 모습을 보면 세상이 참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기는 관련 없는 척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고 있는데 이 글을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란다”고 적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