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 읽어보라” 위안부 증언소설 ‘한 명’ 美서 2쇄 찍는다

입력 2021-02-16 10:53 수정 2021-02-16 11:02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실제 증언을 재구성한 소설 '한 명'.현대문학 제공.(좌) '한 명'의 미국 번역본 'One Left'.연합뉴스.(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실제 증언을 재구성한 장편 소설 ‘한 명’이 미국에서 뜨거운 반응을 받아 2쇄에 들어간다.

지난해 9월 미국 시장에 출판된 동인문학상 수상자 김숨(46) 작가의 ‘한 명’은 위안부 문제를 담은 장편소설로 문학 작품의 상업적 성공 기준으로 꼽히는 초판 소진과 함께 2쇄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 명’을 ‘One Left’라는 제목으로 번역한 브루스 풀턴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교수와 부인 주찬 풀턴 씨는 1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출판사 워싱턴대 출판부가 2쇄 출판 계획을 알려왔다”고 전했다.

이 소설은 경기도 평택에서 거주하는 90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13세 때 만주로 납치되면서 겪은 일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소설이지만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한 명’은 위안부 문제를 전면으로 다룬 첫 번째 장편소설로 꼽힌다.

작가는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피해자들의 경험을 전하기 위해 2년여에 걸쳐 300개가 넘는 피해자들의 증언을 연구했다.

풀턴 교수 부부는 위안부 문제를 다룬 이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여러 난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41년간 영미권에서 한국 문학을 소개해 온 유명 번역가임에도 해당 소설을 출판하기까지 30곳이 넘는 출판사의 거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찬 풀턴 씨는 “번역본을 읽어본 출판사들은 하나같이 ‘아주 진지하고 중요한 작품이긴 하지만 우리 출판사에 맞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며 거절했다”고 회상했다. 출판사들이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소설을 내는 데 부담을 느낀 것 같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풀턴 교수 부부는 끈질기게 출판사를 찾았고 결국 워싱턴대 출판부와 계약에 성공했다.

번역가 주찬 풀턴(좌측)과 브루스 풀턴(우측) 교수 부부. 연합뉴스

출판 이후에도 어려움은 계속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책 홍보가 되지 않았을뿐더러 미국 주요 신문사들은 이 소설의 책 소개를 싣지 않았다.

이에 풀턴 교수 부부는 지역별 북 클럽이나 한국 문학에 대한 대학 강연 등을 통해 소설 홍보에 나섰다. 일부 대학에서는 한국 문학 강좌의 교재로 이 소설을 채택하기도 했다.

풀턴 교수는 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치유하기 위해 미국 시장에 이 소설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최근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지칭하는 논문을 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의 상처를 덧나게 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램지어 교수도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풀턴 교수 부부는 “이 소설의 목적은 과거의 상처를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을 치유하자는 것”이라며 미국 독자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강연하겠다고 전했다.

이난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