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로 시작된 배구계 학교폭력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최근 프로에 입단한 한 신인 여자배구 선수가 초등학교 재학 시절 자신을 괴롭혔고 이 사실을 접한 구단 측은 “사자대면해 합의를 보라”며 2차 가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신입 프로 여자배구 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16일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초등학교 시절 3년간 다수의 학생에게 폭력을 당했다”며 “주요 가해자 중 한 명인 B선수가 모 배구단에 입단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8일 구단에 연락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B선수는 ‘거지 같다’ ‘더럽다’ ‘죽어라’ ‘XX년’ ‘X신’ 등 언어폭력을 지속적으로 했고 제 유학 소식을 듣고도 ‘유학 가도 네 인생은 망했다’고 욕을 했다”며 “제 모든 행동에 꼬투리를 잡으며 가스라이팅을 했다. 본인 친구들과 웃으며 ‘걔는 왜 사냐 죽지’ ‘죽으면 장례식장에서 써니 춤을 춰주겠다’ 등의 말을 했다. 이유를 물어봐도 ‘싫다’는 말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구단 측에 신고 전화를 해 긴 이야기를 한 끝에 2~3일 후 연락을 주겠다는 답을 받았다. 하지만 1주일간 답이 없다”며 “당시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틀 뒤인 10일 가해자 부모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대충 얼버무려 사과했지만 ‘내 딸이 배구를 그만두면 네 마음이 편하겠느냐’ ‘그러면 네 공황장애가 사라지겠느냐’ 등의 말을 덧붙여 끝까지 딸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실명을 밝히지 않았는데 그 부모님이 연락해왔다는 건 학폭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 15일 구단 측에 다시 연락했더니 ‘우리는 이 일에 대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사자대면해서 합의를 보라’고 했다”며 “구단 측 태도에 실망해 배구협회에 민원을 넣자 구단 측에서 다시 연락을 해와 ‘학폭을 당했다는 증거를 달라’ ‘직접 만나서 대화하길 원한다’ ‘말만으로는 학폭 사실을 믿을 수 없다’ 등의 이야기를 하더라”고 말했다.
또 “구단 측에 처음 연락했던 건 최근 배구계 학폭 사건이 터지기 전이었다. (가해자의) 자진사퇴를 원했을 뿐 어떠한 합의금도 원하지 않았다”며 “구단 측에 ‘언론에 올려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마음대로 해라’ ‘글을 내라’며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고 폭로했다.
A씨는 “그때 썼던 글들은 가해자들이 다 찢어버렸다. 남은 건 당시 교과서에 적어둔 괴롭힘에 관한 글들과 몇 년간 받았던 심리치료 기록”이라며 “고통스러운 기억을 꺼내게 만드는 가해자와 관계자들에게서 벗어나고 싶다. 구단 측 태도 또한 2차 가해가 되어 저를 괴롭히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공황과 불안장애로 스포츠와 관련된 것을 보지 못하고 있으며 지금도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며 “가족 역시 저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글 말미에는 자신과 가해자인 B선수가 다닌 초등학교 졸업 앨범을 첨부했다. 그러면서 “가해자 측과 만나고 싶지 않으며 사과 또한 필요 없다. 하루빨리 이 고통을 끝내고 싶을 뿐이다. 통화 녹음도 있지만 이것만큼은 공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