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이 우물에 독 탔다” 후쿠시마지진 후 퍼진 트윗

입력 2021-02-15 17:43
지난 13일 오후 11시 8분쯤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3 강진이 발생한 후 트위텅 게재된 글. "조선인이 후쿠시마(福島) 우물에 독을 타고 있는 것을 봤다!"는 내용. 한 네티즌의 캡처. 연합뉴스

“조선인이 쿠시마(福島) 우물에 독을 타고 있는 것을 봤다!”

지난 13일 오후 11시8분쯤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다. 그로부터 18분 뒤 트위터에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탄다”는 일본어 트윗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은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關東) 지방에서 발생한 조선인 대량 학살 사건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즉각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대지진과 전쟁으로 불안한 민심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는 유언비어와 함께 폭발하면서 당시 일본에서는 6000여명의 조선인이 학살당했다.

수많은 조선인이 학살된 사건을 연상케 하는 트윗에 대해 일본 누리꾼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재일 한국인분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간토대지진을 떠올리게 하는 최저이자 최악의 차별 선동”이라며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다른 누리꾼도 “코로나19의 만연으로 아시아계에 대한 헤이트 크라임(Hate Crime·증오 범죄)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목숨을 잃는 사람도 많다”며 “지진에 편승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식의 트윗을 하는 사람. 부끄러운 줄 알아라. 당신도 한 발 국외로 나가면 증오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비판이 쇄도하자 해당 트윗은 삭제됐으며 글을 게시한 트위터 계정도 삭제된 상태다.

"조선인이 후쿠시마(福島) 우물에 독을 타고 있는 것을 봤다!"는 트윗을 게재한 트위터 계정. 해당 글과 계정은 현재 삭제된 상태. 한 네티즌의 캡처. 연합뉴스

일본 일간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번 지진 직후 온라인 중심으로는 각종 루머가 난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상에는 ‘조선인·흑인이 우물에 독을 던지고 있다’라는 선동 외에도 ‘이번 지진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일으킨 인공 지진이다’ ‘치바현 이치하라시의 한 공장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퍼졌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같은 대규모 지진을 인공적으로 발생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치바현의 공장 폭발 역시 소방국의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난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