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출석 전날 선물 두고 간 ‘학대’ 보육교사

입력 2021-02-15 17:25 수정 2021-02-15 17:34
장애아동을 포함한 원생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20대 보육교사가 1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피해 아동의 부모에게 보낸 문자와 선물. 오른쪽 아래 사진은 그들이 쓴 자필 사과문. 연합뉴스

인천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장애아동을 포함한 원생 10명을 상습 학대한 혐의를 받는 보육교사 2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피해 학부모들에게 선물과 편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30대 여성 A씨 등 보육교사 2명은 15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인천지법에 출석했다. 이날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비친 이들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채 등장했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걸었다. “혐의를 인정하느냐” “피해 학부모들에게 할 말은 없느냐” “아이들에게 미안하지 않나” 등 취재진의 잇따른 물음에도 침묵했다.

피해 학부모들은 같은 날 법원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가해자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여기에서는 A씨가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이날 새벽 한 피해 아동 집에 찾아가 간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A씨는 학부모에게 “오늘이 지나면 얼굴 뵐 기회가 없다” “시간 괜찮으시면 뵙고 사죄 드려도 되겠냐”는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집 현관문 앞에 과자 바구니를 선물이라며 두고 갔다.

장애아동 등 원생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인천 한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와 B씨가 1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전날 오후에도 학부모에게 “내일이 지나면 이렇게 연락을 드리고 사과드리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 고민 많이 하다 연락드렸다. 직접 찾아뵙고 사과드리고 싶지만 기사와 찾아오는 기자들에 두려운 마음이 커 빨리 움직이지 못했던 게 많이 후회스럽다. 믿어주신 만큼 실망도 아픔도 크셨으리라는 것 안다. 지금도 속상하고 죄송한 마음뿐”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A씨와 함께 출석한 20대 보육교사 B씨도 최근 또 다른 피해 학부모에게 자필 사과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안에는 “죄송하다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정말 죄송하다. 직접 뵙고 사죄드리고 싶지만 어머님이 저를 만나는 것이 힘들고 원하지 않으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글로써 사죄 말씀드린다. 아이와 부모님이 받았을 상처가 조금이라도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앞서 가해 보육교사들은 지난해 11~12월 인천 서구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자폐증 진단을 받거나 장애 소견이 있는 5명을 포함한 1~6세 원생 10명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 어린이집에서 근무한 20~30대 보육교사 6명 전원과 40대 원장을 입건해 수사했다. 그 과정에서 A씨와 B씨는 학대 행위가 심하고 상습적이라고 판단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학대 어린이집 피해 아동의 부모가 공개한 자료화면. 보육교사들이 고기를 구워 먹고 있고, 아이들(노란 동그라미 안)은 매트 위에 모여 앉아서 노트북으로 미디어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2개월 치 CCTV 영상에 포착된 보육교사들의 학대 의심 행위는 무려 2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 A씨와 B씨의 가해 정황은 각각 50~100차례다. 피해 학부모들 주장에 따르면 보육교사들은 원생의 머리채를 잡고 끌거나 걸레로 얼굴을 때렸다. 또 쿠션을 아이에게 휘두르거나 우는 아이 입에 손을 넣는 행위도 일삼았다. 아이를 돌봐야 할 점심시간에 보육교사들끼리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먹었고 그동안 원생들은 방치된 사실도 파악됐다.

피해 학부모들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 모두가 아이들을 학대하면서도 웃으며 즐기고 있었다. 그곳은 그냥 지옥이었다”며 “(피해 아이는 트라우마로) 매일 밤 잠들 때까지 2~3시간 동안 울며 몸을 바닥에 던지는 등 자해 행동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학대 영상을 본 뒤 지난여름 담임교사가 우리 아이를 보고 ‘너무 예쁘니 긴 머리를 자르지 마세요’라고 했던 말이 아이의 머리채를 끌고 다니려고 했던 것이란 걸 깨달았다”며 “아팠던 기억이 지워지길 바라는 마음에 집에서 아이의 머리를 단발로 잘라줬다”고 분노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