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EPL서 가장 결정적 전술 변화” 극찬 쏟아진 로저스 ‘리버풀 파훼법’

입력 2021-02-15 19:00 수정 2021-02-15 19:00
레스터시티 브렌던 로저스 감독이 지난달 31일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경기 전 기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레스터시티를 이끄는 브렌던 로저스(48) 감독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친정팀이자 디펜딩챔피언 리버풀을 꺾은 경기가 새삼 회자되고 있다. 리버풀이 스스로 무너졌다기보다 로저스 감독의 과감한 전술 변화가 경기를 결정지었다는 분석이다.

축구 전문칼럼니스트 마이클 콕스는 14일(현지시간) 디애슬레틱 칼럼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한 로저스의 도박은 이번 시즌 EPL에서 가장 결정적 (전술) 변화”라면서 “리버풀은 아무 이유 없이 패한 게 아니라 상대 감독의 전술 변화에 공략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로저스 감독이 애초 내놨던 4-2-3-1 포메이션을 다이아몬드 미드필드 진형으로 바꾼 뒤 하비 반스와 제이미 바디를 전방에 세운 게 주효했다고 봤다.

해당 경기에서 리버풀은 실제로 후반 중반을 넘어서까지 1대 0으로 앞서며 흐름을 지배했다. 그러나 후반 정규시간 종료 12분을 남겨두고 프리킥 골을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연달아 3골을 내주며 대역전패를 당했다. 경기 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우승 경쟁에서 졌다고 보느냐”는 기자단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낙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번 승리는 로저스 감독에게 의미가 컸다. 2015년 리버풀에서 경질된 뒤 리버풀을 상대로 거둔 첫 승이라서다. 그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전반에 의도했던 것보다 수동적인 경기를 했다고 여겼다”면서 “후반에 더욱 공격적인 수비를 했다”고 말했다.

콕스는 레스터의 반격 전까지 리버풀의 경기력이 오히려 최근 경기 중 가장 좋았다고 봤다. 그는 “미드필드는 단단했고 양 측면에서는 공격적이었다”면서 “트랜트 알렉산더아놀드와 앤드루 로버트슨이 공을 전방에 잘 운반했고 모하메드 살라는 낯선 왼쪽 수비에 나선 히카르도 페레이라 뒤에서 공을 받았다. 조던 핸더슨은 대각선 패스를 자주 찔러줬다”고 분석했다.

로저스 감독은 오른쪽 측면을 맡던 마크 올브라이턴을 빼고 아요세 페레스를 투입해 다이아몬드의 전방 꼭짓점인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겼다. 이전까지 그 역할을 맡던 제임스 매디슨은 다이아몬드 미드필더의 왼쪽에 배치했다. 실제 이날 경기에서는 페레스가 투입 뒤 동료들에게 바뀐 전술을 전달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포착됐다.

콕스는 전술 변화 뒤 레스터의 공격 전술이 달라진 점을 짚었다. 레스터 수비가 공을 걷어내며 바디에게 높게 차내면 반스가 근처에서 떨어지는 공을 받아냈다. 전반 동안 바디가 리버풀 수비수들의 협력 수비에 고립되던 것과 대조되는 장면이었다. 레스터의 동점골은 같은 상황에서 공을 몰고 드리블하던 반스가 프리킥을 얻어내며 나왔다.

가장 무서운 변화는 롱패스에 이은 뒷공간 공략이었다. 롱패스 한 번에 바디와 반스가 양 측면으로 찢어지며 리버풀의 뒷공간으로 침투하자 리버풀은 대응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레스터가 넣은 역전골과 추가득점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이뤄졌다.

콕스는 매디슨이 알렉산더아놀드가 전진할 때 압박하며 공을 따낸 장면을 지적하며 측면을 내주지 않은 게 성공의 요인이었다고도 평했다. 그는 “로저스가 준 변화는 후반 15분이 남은, 밑져야 본전인 상황에서 건 도박이었다”면서 “양 풀백을 상대 공격에 더 심하게 노출시킨 탓에 역풍을 맞을 수도 있었다”고 되짚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