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제품 선호가 강한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이 점유율 회복에 나서고 있다. 5G 스마트폰의 보급과 현지 맞춤형 전략을 통해 올해 일본 업체를 넘어서고 2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이 초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현지 업체들이 점유율을 나눠 갖고 있는 형국이다. 15일 일본 시장조사업체 MM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은 점유율 46.5%로 선두를 지켰다. 샤프(12%), 소니(7.6%), 후지쯔(7.3%) 등 일본 기업이 그 뒤를 이었다.
삼성은 점유율 11.1%를 기록하며 3위를 차지했다. 점유율 10%를 넘긴 건 2013년 이후 7년 만이다. MM종합연구소는 삼성의 선전에 대해 “갤럭시A20과 갤럭시A30 저가 모델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 시장은 여전히 피처폰의 비중이 10%대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경우 국내보다 시장 규모가 두 배 이상 크지만 타국 업체들엔 진입장벽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일본 소비자들의 자국 기업 선호도가 높은 데다, 반한·반중 정서의 영향도 적지 않다. 글로벌 1위 기업인 삼성은 물론 중저가 제품 시장을 장악한 중국 업체들도 기를 못 펴고 있다. 샤프,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10위권 내에도 들지 못하지만 자국 시장에 대한 장악력은 높다. 현지 IT(정보기술)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노 재팬’ 운동이 일시적 현상이지만, 일본에서는 ‘노 코리아’가 상시적으로 유지되는 편”이라며 “여전히 자국 제품에 대한 자부심도 높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지 사정에 맞춘 전략으로 점유율 회복에 나섰다. 2015년부터 제품 후면에 한국 기업 이미지가 강한 ‘삼성(SAMSUNG)’ 대신 ‘갤럭시(GALAXY)’ 로고를 썼다. 일본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에 제품 체험 공간인 ‘갤럭시 스튜디오’를 열어 현지 마케팅도 강화했다.
5G의 보급도 삼성의 점유율 회복에 기회로 작용했다. 지난해 일본 5G 스마트폰 출하량은 625만3000대로, 전체 스마트폰 중 20.8%를 차지하며 나날이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일본 업체들이 5G 기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반면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제품과 보급형 단말기를 내놓으면서 일본 내 5G 수요를 공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 5월 일본 현지 1·2위 통신사인 NTT도코모와 KDDI 본사를 방문하며 5G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영업에 직접 나서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올해 5G 스마트폰 라인업 다변화에 나서는 등 시장 선점을 통해 2위 자리까지 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