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경찰이 군부의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대에 또 다시 발포했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구금 기간도 연장됐다.
AFP통신 등은 주말새 미얀마 주요 도시의 거리 곳곳에 장갑차가 투입되고 인터넷과 전기 공급이 불안정한 가운데서도 15일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주말 미얀마 북부 카친 주의 수도인 미트키나에서 시민들이 정전을 우려해 발전소 인근에 모여들자 보안군이 이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페이스북 등 SNS에 게시된 영상에선 군인들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물대포를 쏜 데 이어 총성이 들리자 달아나는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14일 오후 11시쯤 고무 타이어와 기름통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시위대에 보안군이 물대포를 사용했고, 시위대는 보안군에게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면서 “총성 소리가 들리자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 CNN방송은 “이 현장에서 실탄이 사용됐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 “현장에 있던 취재진도 5명 가량 체포됐다”고 전했다.
군부에 의해 가택연금된 아웅산 수치 고문의 구금 기간은 오는 17일까지로 연장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아웅산 수치 고문의 변호인인 킨 마웅 조는 법원의 이같은 결정을 전했다.
앞서 군정은 지난 3일 불법 수입된 워키토키를 소지하고 이를 허가 없이 사용한 혐의(수출입법 위반)로 아웅산 수치 고문을 기소했고, 법원은 15일까지 그를 구금할 수 있도록 했다.
아웅산 수치 고문의 구금 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추가 기소 가능성도 나온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빼앗았다.
미얀마 시민들은 SNS를 통해 이 소식을 공유하면서 아웅산 수치 고문의 석방을 요구하기 위해 다시 모여들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군부가 전날 주요 도시로 군 병력을 이동시키면서 강경 진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얀마 교통통신부는 현지 휴대전화 서비스업체에 이날 오전 1~9시 인터넷 연결을 중단하라고 명령했으며 이날 오전 중 인터넷은 복구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들이 쿠데타에 저항해 대거 파업에 나서면서 미얀마의 철도와 항공 등도 마비 상태다.
현지 주재 서방국 대사관들은 미얀마 군부에 폭력 사용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미얀마 주재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영국, 캐나다 등 서방국가 대사관들은 전날 공동성명을 내고 “시위대와 시민들에 대한 폭력 사용을 자제하라”면서 “우리는 미얀마 국민의 민주주의, 자유, 평화, 번영의 추구를 지지한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