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쟁이’ 게임업계, 확률형아이템 법제화에 ‘강력 반발’

입력 2021-02-15 11:25 수정 2021-02-15 11:32
던전앤파이터 페스티벌. 넥슨 제공

게임업계가 국회의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다. NC소프트와 넥슨 등이 이러한 아이템 도박 시스템으로 이득을 쌓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의 권리를 위한 관련 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최근 발의된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 관련 협회 차원의 의견서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전달했다고 15일 밝혔다.

게임산업협회는 의견서에서 “(게임법 전부개정안이) 불명확한 개념으로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며, 기존에 없던 조항을 다수 신설해 의무를 강제한다”며 “다른 법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범하며, 실효가 없거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법안”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관련 규제에 강한 반대 의견을 냈다. 의견서에는 “고사양 아이템을 일정 비율 미만으로 제한하는 등의 밸런스는 게임의 재미를 위한 가장 본질적 부분 중 하나”라며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연구하며 사업자들이 비밀로 관리하는 대표적 영업 비밀”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협회는 “현재 확률형 아이템은 ‘변동 확률’ 구조로 돼 있어 그 확률이 이용자의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항상 변동되며, 개발자와 사업자도 확률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수십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상대로 유저별 아이템 공급 확률을 제공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게임산업협회는 이어 “급변하는 게임 환경 변화에 발맞춰 현실에 부합하는 법 개정안을 기대했으나, 업계 전문가 등 현장 의견의 반영이 부족하다”며 “산업 진흥보다 규제를 강화하는 조항이 다수 추가돼 국내 게임 산업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게임법 개정안 입법 과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엔씨소프트 블레이드 앤 소울 2. 엔씨소프트 제공

확률형 아이템이란 일정 금액을 투입해도 무작위적·우연적 확률에 따라 아이템이 지급되는 형태를 가리킨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에는 지금까지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는 물론 관련 조항도 없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자율 규제에서는 ‘캡슐형 유료 아이템’으로 표기하고 있다. 영어로는 랜덤박스(random box) 또는 루트박스(loot box), 일본어로는 가챠(ガチャ)라고 한다.

세계 첫 확률형 아이템은 넥슨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넥슨은 2003년 한국에 이어 일본에도 ‘메이플스토리’를 출시했는데, 일본 메이플스토리에서 2004년 6월에 ‘가챠폰티켓’(ガシャポンチケット)이라는 아이템을 출시했다.

가챠폰티켓은 1장당 100엔인 티켓을 가챠폰(뽑기 자판기)에 넣으면 무작위로 아이템이 나오는 방식이었다. 가챠폰티켓이 많이 팔리자 2005년 한국 메이플스토리에도 확률형 아이템이 나왔다.

이후 2007∼2008년부터 한국·일본의 다른 게임사들도 확률형 아이템을 빠르게 도입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전 세계 모바일게임의 주요 수익모델로 자리 잡았다.

확률형 아이템의 유형도 상자를 여는 식에서 무기를 제련하거나 영웅을 수집·강화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도화됐다. 확률형 아이템은 우연성을 기반으로 하는 탓에 등장 초기부터 사행성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게임 아이템은 공식적으로는 현금화할 수 없지만, 아이템 중개 사이트를 통해 실질적으로 현금화할 수 있다. 확률형 아이템을 사면 이론적으로 몇만원을 써서 수백만∼수천만원짜리 아이템을 뽑는 게 가능하다. 도박적 요소가 있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이에 게임업계에서는 자율규제 도입 및 강화로 대응해왔다. 이런 대응으로 확률형 아이템 법적 규제는 현재까지 도입되지 않았다. 그러나 자율규제가 실효성이 없으므로 적절한 수준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