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곳곳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정권에 대한 대규모 항의 시위가 9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공무원들도 파업에 나서며 시민 불복종 운동에 가세했다. 이에 맞서 군정은 우익 폭력배를 동원해 시민을 납치하고 백색테러를 가하는 등 와해 작전에 나섰다.
미얀마 나우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쿠데타 9일째인 14일에도 최소 수만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군부를 규탄했다.
시위대는 지난 1일 쿠데타 시작과 동시에 구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문민정부 인사와 민주화 운동가의 즉각적인 석방을 외치며 행진했다.
또 군경이 야간에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는 인사들을 잇달아 체포한 것에 항의하며 “야간 납치를 중단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기도 했다.
공무원들도 시위에 가세했다.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이날 국영 철도 근로자들 수백명이 업무를 거부하며 시위에 참여해 일부 노선의 운행이 중단됐다.
군사정부 최고 권력자인 민 아훙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업무 복귀를 거듭 명령했지만 이들의 파업 행렬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이 공무원들을 강제로 업무에 복귀시키기 위해 주거지를 급습했지만 성난 주민들의 항의에 막혀 되돌아가기도 했다.
시민들이 군경을 마을 진입을 막기 위해 나무나 돌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급조해 도로를 막는 모습도 포착됐다.
시민 불복종 운동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미얀마 군부는 무력을 동원하며 와해 작전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저녁부터 군부는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시내에 장갑차를 투입한 상태다.
치안 유지를 명목으로 무장 군경이 배치된 적은 있지만 시내에 장갑차가 등장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우익 폭력배와 군 병력에 의한 야간납치와 백색테러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군인 도시’로 불리는 미얀마 중부 메이크틸라시에서 칼을 가진 폭력배가 식당에 침입해 집기를 부수는 등 행패를 부려 식당 주인 등 2명이 부상을 입었다.
발전소가 위치한 북부 까친주에서는 군 병력이 시위대와 충돌하며 ‘군부가 전력을 차단하려 한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 지역 정치인인 아옹 캄은 “군부가 어제부터 전력원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심야를 틈타 전력 차단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군부가 야간에 전력을 차단하고 시위대에 대한 무력 진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양곤의 일부 전력국은 페이스북을 통해 군부의 전력 차단 요구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히며 시위대에 지지를 보냈다.
여기에 군부가 최근 수감 중이던 극우 승려 등 죄수 2만3000여명을 사면하며 불복종 운동을 벌이는 시민에 대한 위협은 한층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