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불난집에 ‘강제휴가’까지”…현대차 내부 ‘부글부글’

입력 2021-02-14 19:17 수정 2021-02-14 20:16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모습. 뉴시스

SK하이닉스 발 성과급 논란이 삼성전자와 LG계열사 등 대기업 전반을 거쳐 간 가운데 현대차그룹 내에서도 사측의 처우와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성과급 감소 등으로 인해 쌓인 직원들의 불만이 설 연휴 직전 사측이 내린 ‘휴가 소진 지침’을 기점으로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설 연휴 시작 직전인 지난 10일 오후 각 사업 부문에 설 연휴 이후 첫 월요일인 15일 연차 휴가를 사용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노사 단협상 설 연휴 등 공휴일에 주말이 포함될 경우 연휴 다음날 하루를 더 쉬도록 하고 있어 노조원들은 연차 휴가 사용 없이 15일 출근을 하지 않는다. 문제는 노조원이 아닌 책임급 이상 직원들이었다. 이에 사측은 노조원은 15일 휴무인 대신 비노조원은 연차 휴가를 써서 출근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현대차 게시판에는 설 연휴 내내 ‘반드시 필요한 업무가 없으면 가급적 휴가를 쓰라’는 식으로 연차휴가 사용을 사실상 강요받았다는 불만이 잇따라 올라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쳐.

지난해 성과급 삭감 등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안 그래도 꺾인 상황에서 개인의 자유에 해당하는 연차휴가까지 일방적으로 희생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안이 연차휴가 하루를 쓸지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고질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사측의 소통 방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도 높다. 한 직원은 “회사가 (코로나19 여파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면 연월차 강제소진이든 뭐든 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상식적이지 못한 지시와 전달, 이런 것들이다. 이걸 잘 들여다 봐달라”고 호소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 역시 최근 SK하이닉스 등에서 벌어진 성과급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직원들의 평균 성과급은 경영 성과급 150%에 격려금 120만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도 ‘성과금 150%+격려금 300만원’ 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문제는 현대차 매출과 이익 규모는 늘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긴축 경영을 해야 하는 만큼 성과급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과 달리 임원들의 연봉은 오히려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성과급 기준을 명확히 공개해달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직원은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연봉이 가장 높았을 때가 신입사원 시절”이라면서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성과급 하향 평준화의 기준이라도 납득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