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가 수개월간 방치됐던 탓에 시신이 미라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살인 혐의로 구속된 20대 초반 친모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 남편과 낳은 아이라서 보기 싫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경북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숨진 딸의) 친부와 오래전 헤어진 까닭에 애를 키우기 힘들어 빌라에 홀로 남겨두고 떠났다”고 진술했다. A씨는 6개월 전 빌라 인근으로 이사했으며, 또 다른 남성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둔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평소 가족에게 숨진 딸과 함께 사는 것처럼 속였다는 주변 증언도 나왔다. 한 주민은 “A씨 부모는 평소 숨진 손녀가 엄마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 함께 사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최근까지 지자체가 지급하는 숨진 딸 몫의 양육·아동수당 20만원을 매달 받기도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11일 숨진 여아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했으며, 결과는 18~21일 나올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가 나오면 아이가 살해됐는지, 방치된 채 굶어서 사망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숨진 여아는 지난 10일 오후 3시쯤 구미의 한 빌라에서 발견됐다. 같은 빌라의 아래층에 사는 A씨의 부모가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집을 비워달라”는 집주인의 요청에 딸의 집을 찾았다가 부패가 진행 중인 외손녀의 시신을 발견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숨진 여아와 함께 살았던 친모 A씨를 긴급체포했으며 지난 12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