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상원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부결했다. 다만 부동산과 세금 등에 대한 검찰수사는 계속되며 트럼프와 정가 사이의 법적 다툼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상원은 이날 열린 표결에서 유죄 57표, 무죄 43표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부결시켰다.
탄핵안 가결을 위해서는 상원 전체 인원 100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인 67명의 찬성표가 필요했지만 찬성표는 57표에 그쳤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벌어진 초유의 의회 폭동 사태와 관련해 면죄부를 받게 됐다.
비록 가결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탄핵 표결에서는 공화당 측의 이탈표가 7표나 나왔다. 앞서 지난 14일 진행된 하원 표결에서도 공화당 하원의원 10명이 탄핵에 찬성했다.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정계에서 팽배하다는 분석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 최종 결정이 유죄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혐의(내란선동)의 본질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면서 “폭력과 극단주의는 미국에서 설 자리가 없다. 미국인, 특히 지도자는 진실을 지키고 거짓을 물리칠 의무와 책임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나는 탄핵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그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윤리적으로 그날의 사건을 부추긴 책임이 있다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과 관련해서는 역사상 가장 초당적인 지지를 보여준 날”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죄가 선고된 직후 성명을 통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우리의 역사적이고 애국적이며 아름다운 움직임은 이제 시작했을 뿐”이라며 무죄를 자축했다.
그는 이번 탄핵 표결을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며 변호에 나서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 어떤 대통령도 이 같은 과정을 거친 적이 없다”라며 “(탄핵 심판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의 또 다른 단계”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도움으로 탄핵 신세는 면했지만 트럼프를 향한 검찰 수사의 압박은 수위를 높혀가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트럼프타워와 트럼프 호텔, 트럼프 플라자 등과 관련한 대출 과정에서 부정한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와 별도로 뉴욕주 검찰도 세븐스프링스 등 트럼프 소유 부동산과 관련된 사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트럼프의 부동산과 세금 등 금융 문제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계속되며 정치권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법정 공방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