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의혹을 인정한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에게 자신도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추가 폭로자가 나왔다. 그는 처벌 보다 선수 보호가 우선이라는 구단 측의 입장을 보고 폭로를 결심했다며 “어렸던 누군가는 그런 일을 받아들일 수 있어서 참았던 걸까”라고 지적했다.
A씨는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또 다른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전주 근영중학교 배구팀에서 활동한 이력을 공개하며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그 둘을 만나게 됐는데 그때부터가 불행의 시작인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장난기가 지나치게 심하고 성격도 자기 기분대로만 하는 게 엄청 심했다”면서 “제일 기본인 빨래도 안 하고 자기 옷은 자기가 정리해야 하는데 동료나 후배에게 시켰다”고 덧붙였다.
또 “틈만 나면 자기들 기분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욕하고 툭툭 쳤다”면서 쌍둥이 자매 중 1명이 병원에 갈 때면 항상 본인이 동행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래 2인 1조로 다니는 거라면 저도 병원에 가끔 가는 편이었는데 왜 항상 혼자 갔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쌍둥이 자매 때문에 배구부가 단체 기합을 받는 날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기숙사 안에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을 때는 부모님께 말하는 게 일상이었다”면서 “그 둘이 잘못한 일인데도 결국 (배구부가) 단체로 혼나는 날이 잦았다”고 말했다.
A씨는 “더는 같이 생활할 수 없어 1년 반 만에 옆 산을 통해 도망쳤다”며 “나는 단지 배구를 하고 싶었던 것이지 운동시간을 빼앗기면서 누군가를 서포트하려고 배구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A씨는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사과문을 올린 후 폭로에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어떤 한 기사의 마지막 부분을 보고 너무 화가 나서 더는 안 되겠다는 심정으로 글을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가 지적한 보도는 흥국생명 관계자가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징계 방침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었다. 관계자는 “현재 두 선수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심신의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징계도 선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적·육체적 상태가 됐을 때 내려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A씨는 “징계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돼야 한다는데 왜 그래야 하는 건가”라며 “그렇게 어렸던 누군가는 그런 일을 받아들일 수 있어서 참아왔던 것인가”라고 했다. 아울러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 다른 누군가는 누군가에 의해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부정적인 생각들과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본 건가”라고 비판했다.
A씨는 “이런 식으로 조용히 잠잠해지는 걸 기다리는 거라면 그때의 일들이 하나씩 더 올라오게 될 것”이라며 “아직도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는 사람이 있을 테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너희 전 재산을 다 줘도 피해자들이 받은 상처는 하나도 안 없어진다”고 분노했다.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과거 초등·중학교 배구부에서 함께 활동한 동료들을 상대로 폭행을 가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10일 “깊은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며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흥국생명 측도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폭로 이후 구단 숙소를 떠난 것으로 알려진 자매는 11일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리그 경기에도 불참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