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공식화한 쿠팡이 배송인력인 ‘쿠팡맨’을 비롯해 직원들에게 1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나눠주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쿠팡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서에서 “회사 역사상 (미 증시 상장이라는) 중요한 단계를 축하하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고객을 위해 헌신한 것을 인정하는 의미로 일선 직원과 비관리직 직원(frontline workers and non-manager employees)에게 최대 10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은 “이들 직원이 회사의 근간이자 성공의 이유”라고 강조하면서 “자사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만 명 가까이 직고용하는 등 한국 국민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향후 채용계획도 밝혔다. 쿠팡은 “지난해 한 해만 2만5000명을 채용했으며 2025년까지 5만명을 신규 고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썼다.
쿠팡은 이번에 증시 상장을 신청하면서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의 보유 주식에 ‘일반 주식의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할 계획도 담았다.
차등의결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김 의장이 가진 주식은 한 주가 29주의 효력을 가지는 ‘슈퍼주식’이 된다는 의미다. 김 의장이 상장 후 지분 2%만 가져도 주주총회에서 58%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매우 강한 경영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쿠팡은 김 의장이 이 주식을 매각하거나 상속, 증여할 경우에는 차등의결권을 무효화해 일반 주식과 똑같이 만든다는 조항을 함께 담았다.
구글이나 에어비앤비 등의 창업자도 상장 당시 이와 같은 방식으로 1주당 10~20배 수준의 차등 의결권을 부여받았다.
미 증시에 상장될 쿠팡의 주식 수량이나 공모가격 범위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지 언론 등은 쿠팡 평가가치가 최대 500억달러(5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에 쿠팡이 상장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쿠팡의 경영 상황도 알려졌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119억7000만 달러(약 13조2500억원)으로 2019년의 7조1000여억 원보다 약 91% 늘어난 규모다. 적자 규모는 4억7490만 달러(약 5257억 원)로, 2019년 7205억원보다 약 1500억 원 정도 감소했다. 쿠팡의 누적적자는 수조원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지만, 성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번이라도 쿠팡에서 제품을 구입한 적이 있는 활성 고객(active customer)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480만명으로 2019년 4분기 1180만명보다 25.9% 늘었다. 이는 한국 인터넷 쇼핑 인구를 4800만명으로 볼 때 30.8% 수준이다.
활성 고객 1인당 순매출은 지난해 4분기 기준 대략 256달러(약 28만3000원)로 2019년 4분기 약 161달러(약 17만8000원)보다 59.0% 증가했다.
쿠팡 가입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구매액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에 첫 구매를 했던 고객의 경우 2017년에는 첫해 구매액의 1.37배를 썼다. 이후 2018년에는 1.8배, 2019년에는 2.7배, 가입 5년 차인 지난해에는 첫해 구매액의 3.5배를 썼다. 2017년 가입자는 지난해 가입 첫해보다 3.46배를 더 썼고 2018년 가입자는 지난해 3.6배를 더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