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단지, 같은 평형 아파트 전세값이 최대 2배까지 벌어지는 기현상이 보편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새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재계약이 가능한 기존 세입자는 보증금 5%만 올려주면 되는 반면 신규 세입자들에게는 향후 인상분까지 감안해 크게 높인 전셋값이 제시되고 있어서다.
이런 현상은 학군·교통 등을 이유로 실거주 수요가 몰리는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학군 지역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용면적 76.79㎡는 지난달 15일 보증금 10억원(2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져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반면 가장 최근인 이달 8일 계약된 해당 평형 전세 거래는 보증금 4억3050만원(1층)에 성사됐다. 한 달 사이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에 대한 전셋값 차이가 2배 넘게 벌어진 것이다.
4억3050만원은 4억1000만원에서 5%(2050만원) 인상된 값이다. 다시 말해 이 거래는 2년 전 4억1000만원에 맺었던 전세 거래를 갱신한 계약으로 보인다.
해당 평형 아파트는 이달 3일 4억9350만원(4억7000만원 대비 5% 인상)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것을 비롯해 4억원(11층), 4억1000만원(5층) 등 계약 갱신으로 보이는 거래가 이어졌다.
반면 지난달 15일 이뤄진 보증금 10억원의 전세 계약은 신규 계약일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아파트단지에서도 나타났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의 중소형 59.97㎡는 이달 3일 보증금 12억원(7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지며 올해 가장 높은 금액에 계약서를 썼다.
이 역시 일주일 전인 지난달 28일 6억9000만원(22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보증금 차이가 2배 가깝게 벌어졌다.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1단지 83.06㎡에서도 이달 4일 10억원(19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이는 지난달 13일 5억4600만원(17층), 18일 5억5650만원에 거래된 전세 계약보다 2배 가까이 비싼 값이다.
지난달 5억원대 전세 계약들은 기존 5억2000만원, 5억3000만원에서 5%씩(2600만원, 2650만원) 보증금을 올린 것임을 알 수 있다.
강남권 다음으로 수요가 많이 몰리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이나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이런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성동구 옥수동 옥수파크힐스 84.3㎡는 이달 5일 12억원(7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보다 나흘 전인 1일에는 7억8750만원(8층)에,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6일 7억4500만원(10층)에 거래된 전세 계약들이 있다. 역시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사이 ‘이중 가격’ 현상으로 풀이된다.
성북구 길음뉴타운3단지푸르지오 84.97㎡도 지난달 19일 보증금 3억1500만원(13층)에 계약갱신이 이뤄진 반면 열흘 뒤인 지난달 9일에는 6억원(5층)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어 신규-갱신 거래간 전셋값 차이가 2배가량 났다.
강서구 등촌주공아파트 41.85㎡는 지난달 11일 1억6000만원에 5%(800만원)를 더한 보증금 1억6800만원(3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그러나 열흘 여 뒤인 22일 3억9000만원(3층)에 전세 계약이 성사돼 전세 보증금 차이가 2배 이상 벌어졌다.
관악구에서도 봉천동 관악푸르지오 59.58㎡ 전세가 이달 6일 5억원(23층)에 계약되는 등 최근 전셋값이 크게 뛰며 호가가 5억원 수준으로 올랐다. 그러나 동시에 3억5000만원에 5%를 더한 금액인 3억6750만원에 전세 계약서를 쓴 사례가 올해만 3건 있었다.
계약 갱신을 통해 보증금을 2000만원 이내로 올린 가구는 일단 전셋값 급등 걱정을 덜었겠지만 새로 전세를 구하려는 가구들은 갑자기 크게 뛴 전셋값이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석진 기자 js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