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전직 비서 A씨가 박 전 시장의 정책 계승을 선언하며 ‘박원순이 곧 우상호’라고 밝힌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참 잔인하다”고 일갈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12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며 우상호 의원을 겨냥한 A씨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A씨는 ‘우상호 의원님께, 서울시장 위력성폭력피해자가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누군가에 대한 공감이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되기도 한다”며 “(박 전 시장)유족에 대한 의원님의 공감이 피해자인 저와 제 가족에게는 가슴을 짓누르는 폭력이다”고 밝혔다.
A씨는 우 의원이 박 전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공무원이 대리처방을 받도록 하고 시장의 속옷을 정리하게 하고, 시장 가족들이 먹을 명절음식을 사는 일들도 정책으로 계승하실 거냐”며 “우 의원의 글 덕분에 피해자인 저와 제 가족들은 다시금 가슴을 뜯으며 명절을 맞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님께서 이를 악물고 계시다니 일터로 영영 돌아오지 말라는 말로 들려 막막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끝으로 “부디 이번 서울시장 후보자분들께서는 과거에 머물지 마시고 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서울을 만들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우 의원은 자신의 SNS에 “박원순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꿈을 발전시키는 일, 내가 앞장서겠다.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고 공언해 논란을 빚었다.
한편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인 조민 씨의 입시 비리를 주장해온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도 우 의원의 과거를 지적하며 그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임 회장은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5·18 기념식 전날 광주 새천년 가라오께에서 여자와 술 먹던 자다운 말”이라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이제 휘발유에 불붙여 전경한테 던지고 보도블록 깨서 던지고 쇠파이프로 두들겨패고…이런 류들은 어서 빨리 몰아내야 한다”며 “도대체 머리에 든 게 있어야 발전적인 생각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앞서 우 후보는 2000년 5·18 전야제 당시 유흥주점에서 여성 종업원을 대동해 술자리를 가져 논란이 됐다. 박 시장에 대한 발언으로 과거 사태가 재조명되자 우 후보는 “21년 전 일은 당시 진솔하게 국민에게 사죄드렸고 당사자들에게도 여러 번 사과드렸다”며 “마치 몸에 박힌 화살촉처럼 저를 경거망동 못하게 만드는 기억”이라고 했다.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상호 서울시장 예비후보 캠프 상황실장이 피해자와 김재련 변호사 등을 향해 ‘뭐가 문제냐’는 식의 글을 남겨 논란을 빚고 있다. 우 예비후보의 편지를 두고 쏟아지는 2차 가해 비판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도은 우상호 서울시장 예비후보 캠프 상황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다 참다 한마디 한다. 우상호 의원이 박 시장님 유족을 위로한 편지를 두고 2차 가해라고 난리”라며 “김재련 변호사가 피해자의 말을 인용해 ‘가슴 짓누르는 폭력으로 참 잔인하다’고 하고 나경원 전 의원은 ‘잔혹한 폭력’이라고 한다. 근데 너희들은? 너희들이 하는 건 뭔데?”라는 글을 올렸다.
박 실장은 “나도 시장님 가까이서 모셔봤지만 정말 그런 분 안 계셨다. 평생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헌신해 오신 그 분의 인생을 이렇게 폄훼해선 안 된다. 잘못이 있으면 잘못된 만큼만 비난하면 되지 너무한다고 생각하지 않냐? 그렇게 조롱하면 속이 시원하냐?”고 했다.
그러면서 “나도 피해자를 잘 알지만 유가족을 위로한 우상호의 편지가 왜 2차 가해라고 호들갑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뭔 말만하면 2차 가해라고 한다. 그 여리고 착한 친구가 하루빨리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이언주 부산시장 예비후보에 대해서는 “그리고 이언주! 요즘 TV를 통해 본 너의 눈빛은 정말 표독스러워 보이더라. 한때는 참 순수했었는데 뭐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너무 안타깝다. 우상호 의원은 네가 함부로 깔만한 그런 사람 아니야. 너 사법고시 공부할 때 선배 세대는 민주화 운동 때문에 감옥 다녀오셨어. 너랑 내가 이렇게 편히 사는 것도 그 분과 선배 세대의 희생 때문이야. 너 똑똑해서 그런 거 아냐. 착각하지마”라고 했다.
이어 “국회의원도 아닌 보좌관 출신이 하는 말이라 기분 나쁘지? 자존심도 상하고? 근데 내가 한마디만 더 할께. 그냥 정치권에 얼씬거리지 말고 노랑 머리 김XX랑 손잡고 둘이 변호사나 해. 그게 네 수준에 맞아. 친절한 금자 씨에 나오는 그 말 알지? 너나 잘하세요”라고 썼다. 노랑 머리는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 김재련 변호사를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