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의혹을 인정하고 직접 사과문을 공개한 쌍둥이 배구 선수 자매 이재영‧이다영의 방송 출연 영상이 줄줄이 삭제되고 있다.
연애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4월22일 방송된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하는 업글(업그레이드) 인간’ 특집에 출연한 이재영‧이다영 자매 영상이 삭제 처리됐다. 이들은 배구 선수 입문 계기, 부상, 쌍둥이 자매의 에피소드, 코로나19 등으로 배구 시즌이 중단된 후 근황 등에 공개했었다.
이 밖에도 E채널 ‘노는 언니’도 두 사람이 출연했던 1, 2화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됐다.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아이콘택트’에서 두 사람이 출연했던 46, 47회의 다시보기도 없어졌다.
앞서 지난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논란에 휩싸였다. 글쓴이는 4명의 피해자를 대표해 글을 쓴다고 밝힌 뒤 “더럽고 냄새난다고 옆에 오지 말라고 한 것, 시합장 가서 지고 왔을 때 방에 집합시켜서 오토바이 자세 시킨 것, 툭하면 돋 걷고 배 꼬집고 입 때리고 집합시켜서 주먹으로 머리 때린 것” 등 20여건의 피해 사실을 나열했다.
글쓴이는 또 “피해자와 가해자는 숙소에서 같은 방을 썼는데 불을 끈 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무언가를 시켰다”며 “피곤했던 피해자는 좋은 말로 여러 번 거절했지만 가해자는 칼을 가져와 협박했다”며 “본인들의 마음에 안 들면 부모님을 ‘니네 X미, X비’라 칭하며 욕을 했다”고 폭로했다.
글쓴이는 자신이 피해자인 것을 증명하기 위해 초‧중학교 배구팀 시절의 단체 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해당 글엔 실명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너희 둘’ 등의 표현으로 가해자가 쌍둥이 배구선수인 이재영‧이다영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10년이 지난 일이라 잊고 살까 생각해봤지만 가해자가 자신이 저질렀던 행동은 생각하지 못하고 SNS에 올린 게시물을 보니 그때의 기억이 스쳤다”고 한 글쓴이는 “성인이 된 가해자가 자신의 SNS에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는 글을 올렸더라. 본인이 과거에 했던 행동들을 새까맣게 잊었나 보다”라고 했다.
이다영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특정인을 겨냥해 “괴롭히는 사람은 재밌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해당 글은 팀 동료 김연경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다영은 인스타그램에 “학창 시절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한 동료들에게 어린 마음으로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언행을 했다는 점 깊이 사죄드린다”며 “지금까지 피해자분들이 가진 트라우마에 대해 깊은 죄책감을 가지고 앞으로 자숙하고 반성하는 모습 보이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이재영도 “철없었던 지난날 저질렀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많은 분께 상처를 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한다”라며 “앞으로 내가 했던 잘못된 행동과 말들을 절대 잊지 않고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 자숙하고 평생 반성하며 살아가겠다”고 했다.
소속팀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해당 선수들은 학생 시절 잘못한 일에 대해 뉘우치고 있다”라며 “소속 이재영, 이다영 선수의 학교폭력 사실과 관련하여 우선 팬 여러분께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 해당 선수들에게는 충분히 반성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학교 폭력 폭로 글은 이후 삭제됐다. 글쓴이는 “가해자 측에서 저희 글을 보고 먼저 연락이 왔고 사과문과 직접 찾아와 사과하겠다고 했다”며 “피해자들은 사과문이 확인된 후 글을 내리려고 했으나 사건과 관련 없는 분들에게 피해가 가서 글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후 글쓴이는 “사과문 올라온 것 확인했다”며 “글 하나로 10년의 세월이 잊히고 용서되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본인 과거의 일을 두고두고 곱씹으며 반성하며 살길 바란다. 어떠한 이유로도 학교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