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하’ 모리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의 표명

입력 2021-02-11 19:34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시스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NHK 등 일본 언론은 11일 모리 회장이 여성 비하 발언과 관련해 사임할 의향을 굳혔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모리 회장이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고 사임할 의향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조직위가 오는 12일 개최하는 (이사·평의원) 긴급 회합에서 (사의를) 표명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모리 회장은 지난 3일 열린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여성 이사 증원 문제를 언급하면서 “여성은 말이 많아 회의가 오래 걸린다. 여성 이사를 늘린다면 발언 시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여성 비하 논란이 일었다. 모리 회장은 다음 날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죄했지만, 모리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일본 내 목소리는 계속 커졌다. 일본 정계는 물론 올림픽 후원 기업, 언론들도 그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조직위는 당초 12일 이사·평의원 임시 합동 회의에서 모리 회장의 발언 경위를 설명한다는 계획이었다. 또 모리 회장의 추가 사죄와 함께 회장직 유지에 대한 이해를 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국내외의 반발이 계속 커지면서 오는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 준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됐다. 특히 지난 9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모리 회장의 발언에 대해 “완전히 부적절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일본 정부와 여당 내에서도 모리 회장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모리 회장은 여론에 밀려 ‘백기 투항’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리 회장의 후임으로는 가와부치 사부로 전 일본축구협회 회장이 선임될 전망이다. 이날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가와부치 씨는 모리 회장이 사의를 굳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조직위원장직 수락 의사를 밝혔다. 모리 회장은 이날 오후 도쿄 자택에서 가와부치 씨를 1시간가량 만나 후임이 돼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