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벌인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에 승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1일 미래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선행 조건이 자사와 합의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ITC 결정에 유감을 표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가 최종 결정을 발표한 이후 낸 입장문에서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영업 비밀을 탈취해 광범위한 영역에서 부정하게 사용해 경제적 피해가 있었다는 주장이 인정됐다”며 “SK의 증거 인멸 등에 기반한 조기 패소 예비 결정이 그대로 최종 결정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결정은 30여 년간 수십조원의 투자로 쌓아온 지식재산권을 법적으로 정당하게 보호받게 됐다는 큰 의미가 있다”며 “배터리 산업에서 특허뿐만 아니라 영업비밀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해 국내 업체 기술력 보호와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에 중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이제라도 소송 상황을 왜곡해온 행위를 멈추고 ITC 최종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하라”며 “하루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길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비밀 침해에 상응하고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ITC 최종 승리 결과를 토대로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 단호하게 임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자사가 배임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오후 별도로 온라인 기자간담회도 열었다. 회사는 “SK가 당사 손해배상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분명 미래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전향적으로 진정성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만 미래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거듭 언급했다.
LG는 미국 외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영업비밀 침해 관련 추가 소송도 가능하지만 실제 소송을 제기할지는 전적으로 SK의 진정성 있는 자세에 달렸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에서 “ITC가 앞서 만장일치로 자사 조기 패소에 대해 전면 재검토 결정을 한 이후 최선의 노력을 다해 소명했다”며 “그러나 ITC가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해 실체적 판단 기회를 갖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절차상 문제점 때문에 패소했다는 게 SK의 주장이다.
SK측은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길 기대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 정하는 심의 기간은 앞으로 60일이 남아있다.
SK 측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에 최대 50억 달러를 투자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최대 6000여 개 창출하는 경제 효과가 있다”며 “이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그 피해가 단순히 SK에 국한되지 않고 조지아 전체, 나아가 미국 경제·사회에까지 미칠 수밖에 없음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겠다”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