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파 엎드린 학생을 강제로 일으킨 고등학교 교사가 법원에서 폭행죄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에게 유형력을 행사하고, 잘못된 언행을 한 것은 학대라고 판단했다.
춘천지법 형사2단독 박진영 부장판사는 폭행과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45)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유형력을 행사하고 거듭 잘못된 언행을 해 상당한 심리적 타격과 정서적인 불안감을 겪게 했다”며 “용서를 받지도 못했으며, 진지하게 반성하기보다는 잘못을 축소하고 정당화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다만 피해 아동이 자신의 상태에 대한 고지나 보건교사의 확인증 제출도 없이 책상에 엎드려 피고인의 말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 발단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고, 폭행의 정도가 중하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전했다.
강원도 한 고교에서 진로 상담 교사로 일했던 A씨는 2019년 5월 수업 중 책상에 엎드려 있던 B군(15)에게 일어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B군이 일어나지 않자 A씨는 두 차례에 걸쳐 B군을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이에 B군이 불쾌한 기색을 보였고, A씨는 “억울하면 신고하라”라고 말했다.
B군은 실제로 경찰을 불렀다. 그러자 A씨는 “선생님도 끝까지 가는 성격이야. 끝까지 가볼까”라고 말하며 무고죄로 처벌받게 할 것처럼 B군에 겁을 줬다.
A씨는 법정에서 B군이 “어디 아프냐”는 질문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깨우기 위해 일으켜 세웠을 뿐 폭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훈계하는 과정에서 다소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으나 정서적 학대가 아니라고 했다.
이후 1년을 넘긴 재판 끝에 A씨는 검찰로부터 징역 6개월을 구형받았다. 그러자 A씨 측은 “정교사도 아니고 대입과도 관계가 없는 과목을 담당했기에 학생들이 무시하거나 조롱하고,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 소통 부족으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이홍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