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와 이모부가 조카가 쓰러졌을 때 119에 ‘욕조에 빠졌다’는 식으로 말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하지만 실제론 물고문이었다.
10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119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숨진 A양(10)의 이모인 B씨 부부는 지난 8일 오후 12시 35분쯤 A양이 숨을 쉬지 않는다고 119에 신고했다.
119 상황실 직원이 의식과 호흡이 있냐고 묻자 “호흡이 조금 있다”, “의식도 살짝 있다”고 답했다.
아이가 갑자기 쓰러졌냐는 질문에 이모 B씨는 “아니요 제가 때려서 물에 빠뜨…”라며 말끝을 흐리다 재차 직원이 묻자 이모부가 “물에 빠져서…”, “욕조에서 좀…”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추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B씨 부부는 A양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물이 담긴 욕조에 머리를 강제로 넣었다고 빼는 등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 부부는 119 상황실 직원 안내에 따라 A양에게 심폐소생술을 했다. 직원이 “눈 뜨거나 숨 쉰다거나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느냐”고 묻자 “아니요”라고 답했다.
구급대원이 얼마 뒤 도착했을 때 A양은 심정지 상태였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앞서 경찰은 B씨 부부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한 뒤 이날 구속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