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 그랬듯, 위로하고 싶어서” 박찬호·박세리·박지성의 책임감

입력 2021-02-10 17:46
'쓰리박'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박지성, 박찬호(화상), 박세리의 모습. MBC 제공

박찬호(야구), 박세리(골프), 박지성(축구) 조합이라니. 스포츠계 전설인 이들 중 한 명만 출연해도 화제를 모으는데, 셋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예능이 탄생했다. MBC 새 예능 ‘쓰리박 : 두 번째 심장’을 만든 노승욱 PD는 ‘꿈의 조합’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쓰리박’ 제작발표회가 10일 오후 열렸다. 노 PD는 “박찬호, 박세리, 박지성 이 세 명을 방송에서 모으는 건 방송계 숙원 사업이었다”며 감격했다. 이 자리에는 박세리와 박지성이 참석했다. 박찬호는 미국에서 머무르고 있어 화상으로 참여했다. ‘쓰리박’은 스포츠계 전설들이 모여 풀어가는 특급 프로젝트다. 세 사람은 자신의 종목이 아닌 또 다른 리부팅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노 PD는 “작년 코로나19가 퍼졌을 때, 예전 IMF 외환 위기 당시가 떠올랐다”며 “이럴 때일수록 예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국민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최적의 사람을 찾다가 이 세 명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사람들이 또 다른 설렘을 느끼는 부분이 무엇일까 궁금했다”며 “시청자도 새로운 설렘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일정이 빠듯한 세 사람을 모으는 것부터 불가능에 가까웠는데, 마침 코로나19 여파로 셋 모두 한국에 있었다. 노 PD는 이때를 노렸다.

박세리는 “언젠가 만나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다”며 “이들을 만나는 것,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 모두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 IMF 때 나와 박찬호 선수를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는 분이 많다”며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박지성은 “고등학교 때 IMF 위기가 왔는데 신문 1면에서 박세리 선수를 봤던 기억이 난다”며 “한국인도 해외 무대에서 활동 할 수 있다는 걸 느꼈고 그때부터 꿈을 꿨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도전을 하면 인간성이나 성격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며 “그런 새로운 모습을 보면서 동질감을 얻으실 것 같다”고 했다.

박찬호는 “스포츠가 우리 사회에 줄 수 있는 정직한 메시지가 있다”며 “그걸 전하기 위해 책임감을 느끼고 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나한테 말할 기회를 많이 안 줘서 아쉽지만, 쓰리박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을 기대해 달라”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박찬호는 골프에 도전하고, 박세리는 특별한 손님을 위해 요리에 나선다. 사이클에 도전하는 박지성은 아름다운 자연을 힘껏 내달린다. 노 PD는 “난 딱 하나를 제안했다”며 “자기 분야가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들 엄청 진지하게 고민하더라”라며 “각각 인생이 녹은 선택을 했다. 진정성에 진심으로 감동했다”고 전했다.

박세리는 “힘든 날에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었을 때, 치유받는 기분이 든다”며 “하루를 마무리하며 잘했다고 보상받는 느낌으로 먹는 걸 좋아한다.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요리를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지성이 사이클을 선택한 건 의외였다. 현역 시절 재활 훈련 당시 사이클은 지루한 운동 중 하나였다. 그는 “은퇴 후 취미로 테니스 등 이것저것 해봤지만 무릎 통증 때문에 지속하기 힘들었다”며 “사이클을 (훈련장이 아닌) 밖에서 하면 다르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풍경과 바람을 느낄 수 있어 매력에 푹 빠졌다”고 했다. 방송에는 박지성 가족도 등장을 예고해 화제를 모은다. 박지성은 “가족을 방송에서 공개한다는 건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아이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해 좋은 추억거리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골프를 택한 박찬호는 “골프는 은퇴 이후 치기 시작했는데, 생각만큼 스코어가 나오지 않아 흥미를 못 느끼고 있었다”며 “그러다 프로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걸 배웠다. 마운드 위에서 투구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프로 선수 도전도 생각해봤는데 박세리 선수가 취미로 하라고 조언을 했다”며 “이번 기회로 나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8시55분 첫 방송.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