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소속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 애초 피해자 측 폭로에는 실명이 거론되지 않았으나 두 선수를 가리킨 정황들에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자필 사과문을 내놨다.
이재영은 10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어떤 말부터 사죄의 말씀을 꺼내야 할지 고민했다”며 “제가 철없었던 지난날 저질렀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많은 분께 상처를 드렸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학창 시절 저의 잘못된 언행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낸 분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 좋은 기억만 가득해야 할 시기에 저로 인해 피해를 받고 힘든 기억을 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잘못했다”며 “프로 무대에 데뷔하며 많은 팬 여러분께 사랑을 받고 관심을 받으면서 좀 더 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저는 앞으로 제가 했던 잘못된 행동과 말들을 절대 잊지 않고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며 “자숙하고 평생 반성하며 살아가겠다. 또 이제라도 저로 인해 고통받았을 친구들이 받아 준다면 직접 뵙고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겠다.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동생 이다영 역시 같은 날 인스타그램에 자필 사과문을 올리고 “학창시절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한 동료들에게 어린 마음으로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언행 했다는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뒤늦게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렇게 자필로 전한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분들께서 양해해주신다면 직접 찾아뵙고 사과드리겠다”며 “지금까지 피해자분들이 가진 트라우마에 대해 깊은 죄책감을 갖고 앞으로 자숙하고 반성하는 모습 보이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두 선수의 가해 사실은 여러 피해자 중 한 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네티즌 A씨가 지난 8일과 10일 두차례에 걸쳐 폭로 글을 올리며 드러났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4명의 피해자가 털어놓은 20여건의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그는 “가해자가 같은 방을 쓰던 피해자에게 무언가를 시켰는데 이를 거절하니 칼을 가져와 협박했다”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더럽다, 냄새난다며 옆에 오지 말라고 했으며 매일 본인들 마음에 안 들면 항상 욕하고 부모님을 ‘니네 X미, X비’라 칭하며 욕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만 탈의실 밖에 둔 채 들어오지 말라고 한 뒤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 스케치북에 피해자 욕과 가족 욕을 적어 당당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학부모가 간식 사준다고 하셨는데 (가해자가) 귓속말로 조용히 ‘처먹지 마라. 먹으면 X진다’고 했다”며 “운동 끝나면 가해자들의 보호대나 렌즈통 등을 피해자들이 챙겨야 했는데 까먹기라도 하면 ‘지금 찾을 건데 안 나오면 X진다. XXX아’라고 했다. 본인들만 가해자 되기 싫어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나쁜 행동을 시켰다”고 폭로했다.
A씨는 앞서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배구갤러리에도 비슷한 글을 올린 바 있다. 당시 언론에는 한 여자 배구선수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애초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단 측은 복통으로 인해 입원한 것이라고 바로잡았다. A씨는 이 소식을 언급하며 “너네가 중학교 때 애들 괴롭힌 건 생각 안 하나. 극단적 선택? 나는 그걸 하도 많이 해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 가지고 산다. 다 너네 때문”이라며 “오늘은 어떻게 혼날까, 오늘은 어디를 맞을까 너희의 이기적인 행실 때문에 하루하루 두려워하면서 살았다”고 털어놨다.
폭로 원문에는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실명이 적히지 않았다. 그러나 글 속에 드러난 여러 가지 정황이 두 선수를 가리켰고 A씨가 가해자를 두고 ‘너네’ ‘둘’ ‘본인들’ 등의 표현을 쓴 것이 쌍둥이로 유명한 이재영·이다영을 떠올리게 했다. 게다가 피해자 측에서 중·고등학교 졸업장과 초등·중학교 시절 학내 배구선수단으로 활동했던 단체사진까지 공개하자 의혹은 기정사실화 되며 배구 팬들의 공분을 불렀다.
현재 A씨가 쓴 글 내용은 삭제된 상태다. A씨는 이날 오후 게시물을 수정해 “가해자 측에서 저희 글을 보고 먼저 연락이 왔고 사과문과 직접 찾아와서 사과하겠다고 했다”며 “피해자들은 사과문이 확인된 후에 글을 내리려고 했으나 사건과 관련 없는 분들에게도 피해가 가서 글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재영과 이다영의 사과문이 올라온 뒤에는 재차 다시 쓴 글을 통해 “사과문 올라온 것 확인했다. 글 하나로 10년의 세월이 잊혀지고 용서되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본인 과거의 일을 두고두고 곱씹으며 반성하며 살길 바란다”며 “어떠한 이유로도 학교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고 호소했다.
▼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필 사과문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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