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둘러싼 의혹을 살피는 검찰은 이번 사건이 결국 정부가 저지른 일종의 배임 행위였다는 판단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원전이 계속 가동될 경우 발생했을 1조원가량의 이익을 정부가 포기했고, 경제성 평가 조작으로 민간에의 보상까지 회피했다는 것이 현재까지 검찰이 파악한 사건 골자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 배임교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었다.
1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백 전 장관이 한국수력원자력에 “월성 원전은 가동할수록 적자”라는 허위 의향서를 작성케 한 의도가 결국 민간 보상 회피였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월성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은 100% 한국전력의 소유인데, 한전은 정부(51%) 이외에 민간 지분이 49%다. 경제성 있는 원전을 폐쇄할 경우 거액의 세금이 보상금으로 쓰일 상황이었다.
검찰은 이러한 보상 문제를 ‘손익분기점은 높이고 가동률은 낮추는’ 경제성 수치 조작의 배경으로 의심해 왔다. 탈원전 정책 기조에 따르면서도 ‘공짜 폐쇄’를 할 방안이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폐쇄 승인을 얻는 데에도 수치가 필요했다고 검찰은 본다. 앞서 감사원도 “‘즉시 가동중단’에 비해 ‘계속 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저평가됐다”는 감사 결과를 밝혔었다.
월성 원전이 계속 가동됐을 때 과연 얼마의 이익이 발생할 것인지 단순 계량화하긴 쉽지 않다. 원전 이용률, 전기 판매단가, 인건비 동향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은 보수적으로 따지더라도 월성 원전이 지난해까지 가동됐다면 약 1조원의 이익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정부가 이 이익을 포기한 것은 국가 경제 손실이며, 보상을 회피한 것은 민간 투자자 손해로 연결됐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검찰은 백 전 장관에게 배임교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과적으로 적용하지 않았다. 국가 경제의 손실은 있는 반면 이익을 거둔 주체를 특정하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배임죄는 구성요건상 ‘빈틈’이 있었다”며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