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의 수급 불안정성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 러시아 백신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백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이들 백신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9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스푸트니크 V 백신에 대해 지난달 29일 유럽의약품청(EMA)에 백신 등록 신청서를 냈다. 스푸트니크 V는 임상 1, 2상 뒤 곧바로 승인을 받아 효능과 안전성 논란이 있었으나 최근 국제 의학지 ‘랜싯’에 3상 결과가 게재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랜싯에 따르면 스푸트니크 V 백신의 면역 효과는 91.6%에 달했다. 사용 승인 국가도 23개국으로 늘었다. 안전성 논란이 있었던 중국 시노팜의 백신 ‘코로나백’을 도입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헝가리가 이 백신의 사용을 승인한 데 이어 페루는 접종을 시작했다.
방역 당국도 모든 백신에 대해 도입 가능성은 열어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백신별 장·단점에 따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스푸트니크 V는 냉장 보관이 가능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 백신은 1, 2차 접종 때 쓰이는 전달체(벡터) 바이러스가 다르기 때문에 따로 출하해야 하고, 혼동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백의 경우 임상시험의 모든 결과가 공개되지 않아 정보가 제한적이다. 최 교수는 “코로나백은 불활성화 백신이기 때문에 오히려 항체에 의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촉진하거나 질환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백신 수급이 불안정할 시 고려할 순 있지만 현재로선 도입을 권장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