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박 전 시장 부인 강난희씨 자필 편지에 동조하고 박 전 시장을 계승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결론지은 상황에서 이를 부정하는 강씨의 주장에 우 의원이 동조한 것은 2차 가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언론에 보도된 강 여사의 손 편지글을 보았다”며 글을 올렸다. 그는 강씨의 편지 중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앞으로 남은 시간들까지 박원순은 내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나의 동지’라는 대목을 인용한 뒤 “울컥했다. 이를 악물고 있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어떻게 견디셨을까”라고 적었다. 이어 “박 시장은 내 혁신의 롤모델이었고 민주주의 인권을 논하던 동지였다”며 “박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꿈을 발전시키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우 의원은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고도 했다.
이는 여권 내 경쟁자인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과의 지지율 격차가 커지자 박 전 시장에 우호적인 진보 성향 지지자들의 표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우 의원은 2월 11일이 박 전 시장의 67번째 생일이며, 유족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글을 올렸다고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2차 가해일 뿐 아니라 앞서 인권위의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던 민주당의 공식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 의원의 발언이 박 전 시장의 성비위 문제로 선거가 치러지게 된 점을 부각시켜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야권은 2차 가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은 “이번 서울시장 재보선에 나선 후보라면, ‘박원순 찬양’을 입에 올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 자체가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을 가하는 2차 가해이며 정치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