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 2천개” 시한부 행세로 3억 ‘꿀꺽’…희대의 기부사기

입력 2021-02-10 15:09
스페인 매체 #0 보도화면 캡처

스페인에서 시한부 행세를 해 3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받은 남성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AFP통신 등은 8일 스페인에서 전직 경비원인 파코 산스(50)가 사기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산스의 여자친구 역시 공범으로 인정돼 징역 1년 9개월을 선고받았다.

산스는 지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몸에 2000여 개의 종양이 있다. 남은 수명은 몇 개월 정도밖에 안 된다”고 호소하며 기부금을 모았다. 그는 방송에 출연하거나 자선 행사를 열어 사연을 알렸다.

스페인 매체 #0 보도화면 캡처

산스는 유전질환인 코든병이 암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코든병은 정상 조직이 과도하게 증식되는 질병으로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조사 결과 산스가 코든병에 걸린 것은 맞지만, 그가 악성 종양이라고 알린 것은 모두 양성으로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스는 미국에서 새로운 치료를 시도해야 한다며 비용을 기부받기도 했으나, 이는 무료 임상시험에 참가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거짓 투병 경험으로 책을 쓰기도 했다. 당시 해당 책의 출판사는 책 판매 금액의 50%를 산스의 몫으로 배분해 치료와 모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EN24 캡처

산스는 2017년 3월 스페인 발렌시아주에서 체포될 때까지 26만5000유로(약 3억5700만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모았다. 기부자 중에는 스페인 유명 TV쇼 진행자 호르헤 바스케스나 축구선수 알바로 네그레도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 스페인 매체가 입수해 공개한 영상에는 산스가 가족들과 거짓말을 주고 받으며 웃거나 농담한 모습이 담겨 있어 충격을 더했다.

검찰은 산스가 병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돈을 벌었다고 봤다. 검찰은 “산스는 거짓말로 많은 사람과 단체의 감정을 자극해 돈을 모았고, TV쇼와 SNS 등을 이용해 욕망을 충족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박수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