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는 쿠데타를 직감했다…휴대전화 부수고 대비

입력 2021-02-10 14:31 수정 2021-02-10 14:39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오른쪽)과 민 아응 흘라잉 사령관. 로이터연합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군부 쿠데타 발발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10일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8일 수치 고문이 군부 손에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해 자신의 휴대전화를 부쉈다고 보도했다. 수도인 네피도에서 수치 고문과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측근들이 회동을 한 직후였다.

수치 여사 측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미 그 전부터 양측은 수차례 협상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군부는 지난해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한 선거 결과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협상 분위기는 험악해졌고 흘라잉 사령관 측은 수치 고문 측에 “너무 무례하고 버릇없다”고 비난했다.

이후 군부는 2월 문민정부 2회 의원 개원의 연기, 선거관리위원회 해산, 군 감독하에 선거 부정 재조사를 지난달 29일 오후 5시까지 수용하라고 최후 통첩을 날렸다.

협상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로이터통신에 “민간정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며 “그들은 무장된 병력도 없고, 권력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쿠데타 이후 군부에서 입구를 봉쇄한 미얀마 국회의사당 전경. EPA연합

로이터통신은 또한 수치 고문과 흘라잉 사령관이 몇 달간 대화를 나누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1일까지 군부와 수치 고문 측은 대화를 나눴지만 최후통첩까지 나온 이상 의미가 없었다. 수치 고문이 28일 이미 자신의 휴대전화를 부순 것도 쿠데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치 고문은 쿠데타를 직감하면서도 군부에 굽히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는 시종일관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수치 고문 측과 군부의 최종 담판까지 결렬됐고 군부는 지난 1일 오전 3시 인터넷을 차단하면서 쿠데타를 일으켰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