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도 시인 시집 ‘있는 듯 없는 듯’ 출간

입력 2021-02-10 14:23
박이도 시인의 열 다섯번째 시집 ‘있는 듯 없는 듯’(서정시학)이 출간됐다.
‘있는 듯 없는 듯’은 생존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길들여진 삶을 청산하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어둠이 헐벗는 시간이다/현란히 원무를 그리던 반딧불이가 사라지며/나는 고요에 숨이 막힌다/늪가에 앉아 어둠의 실상을 오감으로 감지한다/희미한 빛이 물안개를 피운다/수초들의 숨 쉬는 소리가 들린다.”(‘허물을 벗는 소리’ 중)
이번 시집의 무대는 낚시터이다. 자연의 현상을 관찰하고 음미하는 단순명료한 명상의 시편들이다. ‘낚시터 가는 길’ ‘먹잇감’ ‘붕어낚시’ 등을 통해 ‘순간 속의 시간’ ‘영원의 순간’을 담았다.
김주연 문학평론가는 “시간의 흐름을 안타까워하는 시인의식은 박이도 시의 원초적 모티브”라며 “이번 시들은 역설적으로 시간에 대한 예민한 의식을 조장해준다. 낚시의 시간은 마치 정지된 듯한 무념무상의 순간, 오직 자연의 움직임만이 중요히 이뤄지는 아름다운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인은 존재와 삶에 대한 사유와 탐구의 조화, 자신과 사물과의 관계 성찰 속에서 자신의 존재론적 의미를 순수시의 시 세계로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1938년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