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학폭 인정? 피해자 “찾아오겠다고 연락왔다”

입력 2021-02-10 14:09 수정 2021-02-10 16:30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게티이미지뱅크

현직 여자 프로배구 선수의 학교폭력 의혹을 제기했던 폭로자가 가해자로부터 사과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피해를 주장한 네티즌 A씨는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올렸던 두 번째 폭로글을 수정해 “가해자 측에서 저희 글을 보고 먼저 연락이 왔고 사과문과 직접 찾아와서 사과하겠다고 했다”며 “피해자들은 사과문이 확인된 후에 글을 내리려고 한다”는 문장을 덧붙였다. 또 같은 날 오후에는 본문을 삭제하고 “사과문이 아직 올라오진 않았지만 사건과 관련없는 분들에게도 피해가 가서 글을 내리겠다”고 썼다.

앞서 A씨는 같은 글에서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쓴 해당 글에서 4명의 피해자가 털어놓은 20여건의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이 안에는 해당 선수의 실명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최근 SNS 글과 언론 보도를 언급하고 가해자를 ‘너네’ ‘둘’ ‘본인들’ 등으로 표현한 탓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특정 선수 두 명의 이름이 지목되고 있다.

A씨는 “가해자가 같은 방을 쓰던 피해자에게 무언가를 시켰는데 이를 거절하니 칼을 가져와 협박했다”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더럽다, 냄새난다며 옆에 오지 말라고 했으며 매일 본인들 마음에 안 들면 항상 욕하고 부모님을 ‘니네 X미, X비’라 칭하며 욕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어 “피해자만 탈의실 밖에 둔 채 들어오지 말라고 한 뒤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 스케치북에 피해자 욕과 가족 욕을 적어 당당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학부모가 간식 사준다고 하셨는데 (가해자가) 귓속말로 조용히 ‘처먹지 마라. 먹으면 X진다’고 했다”며 “운동 끝나면 가해자들의 보호대나 렌즈통 등을 피해자들이 챙겨야 했는데 까먹기라도 하면 ‘지금 찾을 건데 안 나오면 X진다. XXX아’라고 했다. 본인들만 가해자 되기 싫어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나쁜 행동을 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SNS에)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괴롭힘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는 글을 올렸더라”며 “피해자들에게 사과나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도망치듯 다른 학교로 가버렸다. 본인이 했던 행동들은 새까맣게 잊었나 보다”고 꼬집었다.

그는 앞서 지난 8일에도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배구갤러리에 비슷한 글을 올린 바 있다. 당시 언론에는 한 여자 배구선수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애초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단 측은 복통으로 인해 입원한 것이라고 바로잡았다. A씨는 이 소식을 언급하며 “너네가 중학교 때 애들 괴롭힌 건 생각 안 하나. 극단적 선택? 나는 그걸 하도 많이 해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 가지고 산다. 다 너네 때문”이라며 “오늘은 어떻게 혼날까, 오늘은 어디를 맞을까 너희의 이기적인 행실 때문에 하루하루 두려워하면서 살았다”고 호소했다.

여러 명이라고 주장하는 피해자들과 A씨는 중·고등학교 졸업장과 초등·중학교 시절 학내 배구선수단으로 활동했던 단체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글이 확산되자 논란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가해자로 추정되는 선수 두 명의 이름과 ‘여자배구 학폭’ 키워드가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피해자의 추가 글이 나오자 배구팬들은 “사과하겠다는 건 가해 사실을 인정한 것 아니냐”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